예산안 처리시한 17일 남아…안보 예산·국경 문제 등 협상 진통
선거철이라 합의 더 어려워…공화 의원 60여명, 3일 남부 국경 방문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 예산안과 국경 문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안보 지원 등 새해에 당장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당파성이 부각되면서 어느 하나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2일(현지시간) 연휴를 마치고 복귀한 의회가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할 현안 중 하나는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안 처리다.
향후 17일 이내에 예산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연방정부의 일부 업무가 일시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를 맞게 된다.
원래 의회는 작년 9월 말까지 2024 회계연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고, 대신 두 차례의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켜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임시예산은 오는 19일이후부터는 소진되기 시작할 예정이어서 셧다운을 막기 위해선 의회가 그전에 제대로 된 연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임시예산은 부처별로 예산 소진 시기가 다른데 보훈, 교통, 농업, 주택, 에너지 등 관련 부처는 오는 19일까지 필요한 예산을, 국방부와 국무부 등 나머지 부처는 2월 2일까지의 예산이 책정됐다.
예산안 협상은 이번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의회가 임시예산안이라는 땜질 처방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주요 쟁점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 간에, 그리고 공화당 내부의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 내 소수 강경파는 민주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예산 대폭 삭감 등을 요구하며 같은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민주당과 절충안을 마련하려는 시도에 발목을 잡아왔다.
상원에서는 멕시코와의 국경을 통해 유입되는 불법 이민 문제와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추가 안보 지원 예산안을 연계해 협상하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0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을 지원하기 위해 총 1천60억달러 규모의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승인 요청했지만, 공화당은 국경 문제가 더 시급하다며 협조하지 않고 있다.
공화당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했다 중단된 국경 장벽 건설 재개, 불법 체류자 신속 추방, 망명 신청 요건 강화 등 더 강력한 이민·국경 통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이민자에 더 우호적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협상은 연휴에도 화상으로 진행됐지만 이민과 국경 문제는 오래전부터 정치권이 가장 첨예하게 다투는 현안이라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상원에서 합의안을 마련하더라도 공화당 의원 다수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반대하는 하원에서 더 큰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양당 모두 오는 11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진입한 상태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대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선거 전략으로 국경 문제를 최대한 부각하려는 태세다.
존슨 하원의장은 오는 3일 공화당 의원 60여명을 이끌고 텍사스주의 국경을 방문할 계획이다. 또 공화당은 이달 각종 청문회를 열어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장관 탄핵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정치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공화당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들이 우리나라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이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공화당이 바이든 대통령 탄핵을 실제 추진할지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지금까지 바이든 대통령이 차남 문제에 직접 연루됐다는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가 아버지의 부통령 재임 기간 자신의 사업에 아버지의 영향력을 활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여기에 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CNN은 "2024년 선거가 정치 지형을 갈수록 지배하고 의회에서 정당 간 이견을 극복하는 게 더 힘들어지면서 합의점을 찾는 게 더욱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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