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상승에 과열 부담 누적…전문가들 "조정 나올 때 됐다"
"조정폭 크진 않을 듯" vs "실적·경기침체 여부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이웅 임은진 이민영 기자 = 두 달 넘게 상승 랠리를 이어온 주식시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미국 증시가 새해 첫날 조정 분위기를 연출하자 매수 우위를 보여온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코스피가 2% 이상 낙폭을 키웠다.
그동안 상승장을 이끌어온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장주가 3% 이상 급락하면서 하락 분위기를 주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장기간 연속 상승한 데 따른 과열 부담이 누적된 결과로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반응이지만 추가 조정 가능성도 점쳐진다.
◇ 코스피 2.3% 하락…외국인·기관 순매도 전환
3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대비 62.50포인트(2.34%) 내린 2,607.31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7.36 포인트(0.84%) 하락한 871.57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5거래일 만에 하락했으며 코스닥지수는 나흘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과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900억원, 1조2천억원을 각각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은 1조3천억원을 순매수했다.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8만 전자'를 향해 달리던 삼성전자[005930]는 3.27% 하락했으며, SK하이닉스는 3.93% 떨어졌다.
반도체와 함께 국내 증시를 떠받치던 이차전지와 자동차 관련 종목도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애플(-3.66%)을 비롯한 대형 기술주가 일제히 조정을 받으면서 나스닥지수는 1.63% 하락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7% 내렸다. 반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07% 올랐다.
엔비디아(-2.73%), AMD(-5.99%), 인텔(-4.88%) 등이 하락하면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65% 급락했다.
◇ 2개월 연속 상승에 과열 부담 누적…"조정 나올 때 됐다"
이날 급락 장세는 무엇보다 증시가 그동안 이렇다 할 조정 없이 두 달 넘게 상승 흐름을 이어온 데 따른 결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10월 말 저점(종가 2,277.99) 이후 전날(2,669.81)까지 391.82포인트(17.20%) 급등했다.
그러다 이날 62.50포인트 하락하면서 두 달간의 상승분 가운데 16%를 하루 만에 반납했다.
상승장이 펼쳐진 11~12월 두 달 동안 외국인은 6조2천억원, 기관은 8조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해오다 이날 나란히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많이 올랐기 때문에 조정이 나올 때가 됐다"며 "그동안 국내 IT·반도체주에 쏠림 현상이 심했기 때문에 그쪽에서 차익실현이 강하게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그동안 많이 오른 데 따른 차익 매물 출회로 본다"며 "전날 미국 증시도 특별한 요인들은 없었다. 경기는 계속 둔화되고 있었고 그동안 상승했던 종목들이 급락했는데 특히 나스닥이 그러다 보니 오늘 국내 증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해소되는 과정이란 분석도 나온다.
증시 안팎에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올해 3월부터 6차례 이상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하반기부터 3차례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는 가격 부담이 큰 상태에서 연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주춤하면서 시장이 밀린 것"이라며 "본질적으로는 지난 연말 가격이 많이 오른 데 따른 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도했던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축소 과정에서 채권 금리 반등, 외환 시장 변동성 확대, 연말에 나타났던 배당 연계 차익 거래의 되돌림으로 기관 매물이 출회되면서 수급의 후폭풍에 증시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 "조정폭 크진 않을 듯" vs "실적·경기침체 여부 지켜봐야"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기조가 지속되고 완만한 글로벌 경기 둔화 전망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증시 과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기술적 조정 성격이 강해 조정폭이 크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정이 깊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장이 과도하게 올라가긴 했었지만, 빠질 이유도 찾기는 쉽지 않다"며 "연준이 실제로 올해 6월 정도에 기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하면 증시는 조금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웅찬 연구원도 "주가가 너무 오르고 금리가 너무 내려와서 조정이 나온 것이지 상황이 악화되거나 한 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정이 이뤄지면 다시 박스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정폭이 제한되더라도 지난해 연말과 같은 강세장이 연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정용택 연구원은 "기준 금리가 어떻게 결정될지 눈치를 보면서 등락을 거듭하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금리인하 기대감이 남아 있어서 하락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완만한 경기둔화 전망이 경기침체 우려로 바뀌거나 1월 공개되는 주요 기업들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예상 밖으로 부진할 경우 조정이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 금리의 레벨이 경기침체를 반영하지 않은 수준에서는 더 이상 내려가기 힘들다는 점에서 미국 고용 관련 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면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조정 국면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abullapia@yna.co.kr,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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