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 우려도…윤세영 창업회장 "채무 상환 기회 달라"
채권단 "자구안 충분치 않아"…11일 채권단협의회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 결정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 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알맹이 빠진'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워크아웃 무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채권단이 태영 측의 자구안에 대해 기존에 알려진 것 외에 새로운 내용이 담기지 않았고 오너 일가 사재 출연 규모도 빠져 있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달 11일 채권단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태영 측과 채권단의 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 태영 "계열사 에코비트·블루원 매각 추진"
태영건설은 3일 오후 산업은행에서 400곳 이상의 채권단을 모아 자구안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 앞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와 보증 채무 처리 방안이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의 매각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태영그룹의 자구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미 매각한 태영인더스트리의 오너 일가 지분 1천549억원을 포함해 3천억원 이상의 사재 출연이 이뤄지지 않으면 채권단에서 워크아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설명회에서 오너 일가 사재 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태영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1천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계열사인 종합환경업체 에코비트 지분(50%) 매각을 추진하고,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골프장 및 레저사업을 하는 블루원 지분은 담보로 제공하고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블루원은 디아너스CC, 블루원용인CC, 블루원상주CC 등의 골프장을 보유한 회사다.
평택싸이로 지분 62.5%는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외에 인력·조직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을 추가로 마련하기로 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직접 설명회에 참석해 태영건설 협력사가 당초 알려진 581곳보다 2배 많은 1천75곳이며, 우발채무는 언론에 보도된 9조원대보다 작은 2조5천억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윤 회장은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고 호소했다.
◇ 태영 측 "SBS 지분 매각, 법적 제약·조건 많아"
그러나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태영의 자구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양재호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1실장은 "현재까지는 (태영건설의 자구안이) 워크아웃을 진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자구 노력을 더 해야 하고 합의된 내용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자구 노력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워크아웃 신청 직후부터 나왔다.
태영건설은 금융당국의 예상과 달리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상거래채권 1천485억원 중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451억원을 갚지 않았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일부를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의 PF 보증채무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으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아들인 윤석민 회장은 416억원, 윤재연 블루원 대표는 513억원, 티와이홀딩스는 1천133억원을 각각 확보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태영그룹이 이 중 1천550억원가량을 태영건설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400억원가량만 태영건설에 지원했고 나머지는 티와이홀딩스의 보증채무 변제에 쓴 것이다.
이를 두고 태영건설을 포기하더라도 주력 계열사인 SBS를 살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평가도 나왔다. SBS는 티와이홀딩스가 지분 36.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양윤석 티와이홀딩스 전무는 채권단 설명회 직후 연 브리핑에서 "SBS와 관련해선 가능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SBS 지분 매각은 방송법 등 법적 제약과 조건이 많다"고 설명했다.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에 대해서는 "충분히 필요성을 인식하고 준비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달 11일 1차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신용 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못하면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법정관리로 가면 워크아웃과 달리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을 포함한 모든 채권이 동결돼 협력업체들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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