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비 늘고 시간도 더 걸려…세계 컨테이너 운송 10~15% 감소 추산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계속 공격하면서 우회해 운송되는 화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름길을 포기하면서 증가한 운송 비용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까지 낳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후티의 공격을 피해 우회로를 택한 운송업체들의 물류량은 최근 몇 주간 2천억달러(약 262조원) 규모를 넘었다.
이는 글로벌 교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일 운임이 상승하고 추가 요금이 붙으며, 운송에 걸리는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북유럽으로 가는 운송 비용은 이번 주 두 배 넘게 올라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4천달러를 넘었다.
아시아-지중해 노선 운임은 5천175달러까지 뛰었다.
컨테이너당 500~2천700달러를 더해 6천달러 이상의 바가지 요금을 부르는 곳도 있다.
가뜩이나 제조업 부진으로 선박 용량의 약 20%가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컨테이너 선사들이 출항 횟수를 줄인 상황에서 홍해 긴장은 운임 상승에 불을 지폈다.
운송업체 OL-USA의 앨런 베이어 최고경영자(CEO)는 "급증한 해상 운송 비용이 공급망에 흘러 들어가 1분기 소비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경제 자문회사인 린제이의 래리 린제이 CEO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유럽중앙은행(ECB) 모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그저 지켜보고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커피 운송회사들도 홍해의 긴장에 운임을 올렸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유럽 커피 가공업체들은 세계 2위 커피 생산국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많은 양을 수입하고, 중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케냐에서도 고품질 커피를 사들인다.
이 밖에 코코아와 면화 등 다른 컨테이너로 운반되는 농작물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선박들이 남아공 희망봉까지 돌아서 가면서 운송 시간은 2~4주 더 걸린다.
길어진 노선이 글로벌 컨테이너 운송량의 10~15%를 줄인다는 분석도 있다.
선박들이 긴 운송 기간을 상쇄하기 위해 항구에 기항해 물건을 선적하는 횟수를 축소한다는 것이다.
선박들이 크게 우회해 중국에 도착하는 탓에 봄 및 여름철 제품의 수송이 늦어질 수도 있다.
특히 공장들이 문을 닫고 직원들이 휴가를 떠나는 다음달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에 출하되는 봄철 상품의 도착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원래 지난달 미국 대서양 연안에 도착 예정이던 컨테이너들은 이제야 도착하고 있다.
운송비용이 뛰자 세계 2위 해운업체 머스크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덴마크 증시에서 머스크는 2일 6.4% 상승한 데 이어 이날도 5.1% 오른 채 마감됐다.
덴마크 시드뱅크의 미케이 에밀 옌센 애널리스트는 "운임은 급격히 오르고 있고 머스크는 남아공으로 돌아가는 비용보다 더 많이 올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골드만삭스는 머스크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도'에서 '중립'으로 상향했다.
해상 운송 비용 증가는 유니온퍼시픽과 BNSF 등 미 서부 해안 철도회사들에는 기회가 되고 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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