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작년 서울 아파트값 오른거야, 떨어진거야?

입력 2024-01-04 11:57  

[서미숙의 집수다] 작년 서울 아파트값 오른거야, 떨어진거야?
서울·전국 실거래가지수는 상승…아파트값 동향조사는 하락
2007년 실거래지수 발표 이후 역대 세번째 '엇박자'…시장 변곡점마다 나타나
인기 단지, 실거래가 상승 주도…비인기 단지 상승까진 견인못해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전년도의 거래 절벽과 가격 하락을 딛고 일부 회복세를 보였다.
연초부터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지역 해제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등으로 전년 말 대비 거래량이 늘고, 한때 실거래 가격이 전고점 대비 90% 이상 회복한 단지도 등장했다.
그러나 시세 조사기관의 작년 주택가격동향 조사에서는 일제히 하락하며 실거래가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값은 오른 것일까, 떨어진 것일까.



◇ 지난해 실거래가지수 올랐는데 주택가격동향 조사결과는 하락
현재 아파트 시장의 가격 변화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는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조사 통계 자료다.
주간 단위로 표본 아파트의 시세를 조사해 변동률을 공개하고, 주간보다 더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매달 월간 동향을 조사해 발표한다.
또 다른 지표로 실거래가지수가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 기간 중 거래 신고 사례가 2회 이상 있는 동일 주택의 가격 변동률과 거래량을 토대로 지수를 산출하는 것이다.
주택가격동향 조사는 중개업소와 조사자가 표본 아파트의 적정 시세를 정하는 방식이고,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팔린 거래 사례의 가격 변동을 비교하는 것이어서 변동률 자체가 일치할 수는 없다.
사전에 정해진 표본들의 시세 변동을 구하는 주택가격동향 조사는 실거래 여부와 무관하게 가격이 책정되지만, 실거래지수는 실제 매매된 주택만의 가격 변동을 지수화한다는 점에서 애초 대상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치는 달라도 집값 상승기와 하락기에 '상승' 또는 '하락'과 같은 큰 흐름은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작년은 달랐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11월까지 13.27% 상승했다.
1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9월까지 매월 1% 이상 상승률을 보이다가 10월 들어 처음으로 0.08% 하락했다.
9월 말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6억∼9억원) 대출 중단 이후 거래량이 감소하고 매물이 적체되자 작년 초처럼 싼 매물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작년 11월과 12월의 실거래가지수도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실제 1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지수는 1.51%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렇지만 지난 9개월간 상승한 누적치 때문에 연간 실거래가지수는 전년 대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99㎡는 2022년 12월 19억8천만∼21억원 선에 팔렸는데, 작년 10월에 최고 25억9천만원까지 거래가가 올랐다.
12월 들어 22억∼23억5천만원으로 다시 2억원 이상 실거래가가 하락했지만, 전년 말에 비해선 여전히 1억∼2억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67㎡는 작년 초 거래가가 7억9천만∼8억1천만원 선이었는데, 가장 최근 거래 신고가 이뤄진 작년 11월 말 거래가는 8억9천만원으로 연초 대비 1억원가량 높다.
물론 실거래가가 하락한 단지도 있다.
노원구 상계동 보람2단지 전용 68.99㎡는 작년 초에는 5억9천500만원에 팔렸는데, 작년 말 거래가는 5억7천400만원으로 2천만원 떨어졌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2.05% 하락했다.
작년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상승했지만, 실거래가지수와 달리 1월부터 4월까지의 하락 폭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동향에서 작년 12월 첫째 주부터 4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12월 통계도 하락 전환이 유력해 연간 낙폭은 이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또 다른 시세 조사기관인 KB국민은행은 지난해(1∼12월) 서울 아파트 시세가 6.28% 하락했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제시한 것보다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통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0월까지 5.41% 상승한 반면, 주택가격동향 조사에서는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는 연간 4.69% 하락했고 KB국민은행 조사에서는 6.72% 떨어졌다.



◇ 시장 변곡점마다 지수 방향 엇나가…역대 세번째 불일치
이처럼 실거래가지수와 주택가격동향 조사의 상승, 하락 기류가 역방향을 나타낸 것은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2007년 실거래가지수 발표 이후 작년을 포함해 역대 총 세 번이 있었다.
2008년의 경우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 조사에서는 7.12% 올랐는데, 그 해 실거래가지수는 10.21% 떨어졌다.
반대로 2013년에는 실거래가지수가 3.14% 상승했으나, 주택가격동향 조사에서는 1.28% 하락했다.
작년은 실거래가지수와 주택가격동향 조사의 변동률 격차가 2008년만큼 커질 전망이다.
이렇게 '불일치'가 나타난 해의 공통점은 집값이 하락 또는 상승 전환이 시작되는 시장 변곡점에 있었다는 점이다.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큰 변수가 닥치며 이후 대세 하락을 가속화했다.
주택시장의 거래 침체와 집값 하락이 지속되자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부터 하우스푸어·렌트푸어 지원 등을 위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정책이 발표됐고, 이후 2021년까지 집값이 오르는 대세 상승기를 이끌었다.
작년은 금리 인상 여파로 발생한 거래 침체를 살리기 위해 연초부터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하고, 특례보금자리론을 지원하는 등 굵직한 정책 변수가 더해졌다. 이로 인해 급매물이 팔리고 가격이 다시 오르는 등 시장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크고 작은 상승 또는 하락 변곡점에서 주택가격동향 조사와 실거래가지수는 서로 다른 방향을 나타낼 확률이 커진다.
다만 지난해는 2008년과 2013년에 비하면 '스몰 체인지' 수준이다.
대세 하락, 대세 상승기가 지속된 앞선 두 해와 달리 작년은 상승 기류가 9개월 남짓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실거래가지수 상승은 2022년 금리 인상 여파로 억눌려 있던 거래가 인기 아파트, 이른바 선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 커 보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1년간 서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아파트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313건)이며, 은평구 대조동 호반베르디움스테이원(252건),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222건),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221건), 양천구 신월동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180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148건) 등이 뒤를 이었다.
10위 이내 아파트 중 6곳이 준강남권인 송파구와 강동구의 대단지 아파트들이다.
한국부동산원의 구별 아파트값도 서울 25개 구 가운데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상승한 곳은 송파(3.98%)·서초(1.00%)·강남(0.80%) 등 '강남 3구'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지난해 시가총액이 높은 선도 아파트가 거래를 이끌며 상승 거래가 많았지만, 소규모 또는 비인기 단지는 그만큼 가격이 올라가지 못했다"며 "실거래가지수가 상승한 것은 인기 단지가 거래를 주도한 영향이 큰데, 비인기 단지까지 포함된 주택가격동향 조사가 하락했다는 것은 인기 단지의 상승세가 비인기 단지를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결국 작년이 대세 상승기로 돌아선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처럼 지역은 물론 같은 지역 내 단지별로도 가격 등락 폭이 커짐에 따라 정부는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에도 애를 먹고 있다.
공시가격은 과세 자료로 쓰이는 만큼 실거래 단지의 절대가격도 참고하지만 동일 지역 내 균형성이 고려돼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공시가격은 아파트·단독·연립 등 유형별 격차는 물론, 단지별 가격차도 예년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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