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회장 지분 투입 안돼" 의심…오너가 사재출연 추가 압박
이르면 내일 주요 채권자 재소집…F4 회의 열리는 주말 '분수령'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채새롬 기자 = 태영그룹이 태영건설[009410] 워크아웃 개시 전제 조건인 첫 번째 자구안을 모두 이행했다는 발표를 내놓은 것과 관련해 채권단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에서는 오너 일가가 개인 명의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4일 태영그룹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 자료를 내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천549억원 전액을 약속대로 태영건설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매각대금 1천549억원 중 400억원은 워크아웃 신청 직후 태영건설의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급에 사용됐으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티와이홀딩스[363280]에 청구된 연대채무 중 리테일 채권 상환에 890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59억원도 전날 태영건설 공사현장 운영자금 등에 모두 투입됐다고 티와이홀딩스는 밝혔다.
그러나 채권단과 당국은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에 갚은 돈을 태영건설을 지원하는 자구안으로 인정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그야말로 '지록위마'(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함)"라며 "연대보증 채무는 이미 태영건설의 채무가 아니라 티와이홀딩스의 채무인데, 자기 채무를 갚아놓고서 태영건설을 지원했다고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티와이홀딩스가 살아야 태영건설이 살아야 한다는 논리도 대주주 입장에서야 맞는 이야기지만,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말고 다른 대안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데도 태영건설을 위해 써야 하는 돈을 '돌려막기'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태영 측 발표에 "말장난하면 안 되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으로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를 갚은 것도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개인 몫을 일부 빼돌리기까지 했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천549억원 중 티와이홀딩스 지분 1천133억원을 제외한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지분 몫인 416억원인데 이 돈의 행방이 물음표라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 관계자는 "티와이홀딩스 지분 1천133억원에서 태영건설에 400억원이 들어갔고, 나머지 금액에 회삿돈을 합쳐 연대채무 890억원을 갚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티와이홀딩스 지분이 아닌 윤 회장 지분은 투입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이날 신년 간담회에서 "대주주 일가의 자금은 파킹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채권단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씨 몫 513억원도 태영건설에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태영 자구안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태영그룹과 채권단·당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워크아웃 성사를 가르는 분수령은 이번 주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말에는 통상 고위급 협의체인 'F4' 회의가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주요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
이 금감원장은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자구안을 이번 주말까지 내놔야 한다는 최후통첩도 날린 상황이다.
태영 측이 제시하는 추가 자구안 내용에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할 시 법정관리 시나리오까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이르면 오는 5일 주요 채권단을 소집해 태영건설의 추가 자구안 필요성 등을 논의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신용 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중 워크아웃에 영향을 줄 만큼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많은 채권자가 회의 참석 대상이다.
산은이 파악한 태영건설의 채권단 609곳 중 500억원 이상 익스포저가 있는 곳은 60여곳이다.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강도 높은 자구안이 필요하다고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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