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빈발했던 단전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됐다.
4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전 시설 외부에서 원자로에 전력을 공급하는 주 전력선이 끊길 경우 비상전력선이 곧바로 가동하는 시스템이 설치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 속에 전력망이 파괴되면서 종종 빚어지던 원전 단전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원전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면 자칫 재앙적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외부 전력이 끊길 경우 원전 내 냉각 시스템이 멈추고 최악엔 원자로 과열로 노심 용융이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대량 누출되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작년 8월 이후 최근까지 8차례나 단전 사태를 겪었다. 시설 주변에 포격이 잇따르면서 주 전력선이 끊겨 발생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작년 11월 26일에도 750kV 주 전력선이 포격에 파손돼 외부 전력 공급이 완전히 차단된 바 있다.
330㎸ 비상전력선은 주 전력선에 이상이 있을 때 외부 전력을 공급해주는 기능을 하지만 지금까지는 전력망에 수동으로 연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비상전력선을 연결할 때까지 원전 내 디젤발전기를 돌려 냉각시스템을 가동해야 원전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번 시스템 정비를 통해 주 전력선이 끊어져도 비상전력선이 자동으로 개입해 원전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전력 공급체계를 이중화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330㎸ 비상전력선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만 단전 사태를 막을 수 있는데 알다시피 이는 확신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보완책 역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 전력망과 원전을 이어주는 비상전력선마저 파손되면 다급하게 디젤발전기로 단전을 막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원전에 상주하는 IAEA 전문가들은 멀리서 폭발음이 계속 들리고 있다고 보고해왔다"며 "원전의 안전 위험은 계속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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