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련법 개정 국민투표 예고…"안정적 수입원, 범죄 유혹 차단"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가 피살될 정도로 최근 수년 새 치안이 크게 불안해진 남미 에콰도르에서 정부가 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해 관련법 제·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4일(현지시간) 엘우니베르소와 파히나12 등 에콰도르 언론 매체에 따르면 다니엘 노보아(36) 대통령은 전날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폭력과 불처벌에 맞서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 제·개정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노보아 대통령은 "이를 위해 11개로 구성된 국민투표 질의 초안을 지난 2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질의 내용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뒤 정부에 그 결과를 통보하게 된다.
에콰도르 정부에서 유권자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제안에는 마약 밀매 갱단을 비롯한 '범죄와의 전쟁'에 군대 투입, 불법 무기 및 폭발물 수색 목적의 감시 장비 설치, 살인·납치·인신매매 등 범죄자 처벌 강화 등이 담겼다.
단속 과정에서 압수한 무기를 경찰이나 군에서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과 불법자산 국유화 절차 간소화도 포함됐다.
이목을 끄는 건 카지노와 도박장 개소 허용 여부를 묻는 마지막 11번째 질문이다.
노보아 정부는 "신중하게 규제한다면, 카지노 등은 경제 안정성을 강화해 결과적으로 위험 지역 내 불안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현지 언론 엘우니베르소는 "카지노 산업이 더 많은 개인에게 안정적인 수입원을 제공하게 된다면, 범죄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작아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관광업 활성화를 통해 지역 주민 스스로 안전에 대한 필요성을 더 고취하는 '고무적인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정부는 덧붙였다.
이 구상이 실현된다면, 2011년 라파엘 코레아 정권 당시 국민투표를 거쳐 이듬해 폐쇄된 카지노가 10여년 만에 부활하게 된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노보아 대통령은 "(정부 안은) 범죄와 싸우고, 더 확고한 처벌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법 시스템을 갖추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 세계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끼어 있는 에콰도르는 최근 몇 년 새 유럽과 북미로 가는 마약 거래 통로로 이용되며, 갱단 간 분쟁의 한복판에 놓였다.
교도소 폭동과 도심 한복판 납치·살해 등 폭력 사태는 지난해 8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피살로 최고조에 달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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