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설 확산 이후 거래량↑…"채무조정 때 큰 손실 가능성" 경고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절차를 밟는 태영건설[009410]의 회사채를 적극 매입하는 '살얼음판 베팅'에 나서고 있다.
태영건설 회사채 가격이 워크아웃 신청으로 크게 떨어지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지만, 현재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데다 설사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채무조정 과정에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5일 4거래일간 태영건설 상장 회사채(채권명 '태영건설68')의 액면가 기준 거래량은 일평균 약 7억8천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일에는 총 11억5천만원어치가 거래되기도 했다.
이 회사채의 거래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건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다.
태영건설68의 지난해 7∼11월 사이 일평균 거래량은 약 1천900만원에 그쳤지만, 태영건설 워크아웃 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달 중순 이후 거래가 눈에 띄게 활발해지며 12월에는 일평균 거래량이 2억8천600만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당일인 지난달 28일 거래량은 39억6천300만원에 달했다.
태영건설68은 올해 7월 19일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장 회사채로 애초 3개월마다 연이율 2.59%의 이자가 지급되기로 약속된 채권이다.
채권 1장당 액면가는 1만원이지만 워크아웃 신청 이후 장내에서 6천원대 초반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현재 개인들의 태영건설 회사채 투자는 약속된 이자까지는 못 받더라도 싼값에 채권을 사놓고 보유하면 향후 정상화된 태영건설이 원금을 상환할 시 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근거한다.
그러나 증권가는 이런 단순 차익만을 노리고 태영건설 회사채에 투자하기에는 향후 채무조정 과정상 불확실성이 커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우려한다.
우선 워크아웃이 불발될 가능성이다.
만일 태영건설 측이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자구안을 추가로 마련하지 못할 경우 채권단과 태영그룹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워크아웃이 무산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 경우 회사채 투자자의 손실은 커진다.
고비를 넘겨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통상 워크아웃 과정에서 개인들은 비협약채권자로 구분돼 전액 상환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 개인들에게도 고통 분담이 요구될 수 있다.
채무조정에 들어가면 보통 무상감자를 거쳐 출자전환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일부를 주식 등으로 받게 된다.
회사채 투자자로서는 채권자이면서 동시에 주주가 되는 셈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식의 경우 회사가 향후 정상화되면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지만 출자전환 직후에는 당장의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며 "남은 채권 역시 원리금 감면, 만기 연장 등이 적용될 수 있어 손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태영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국내 신용평가사 3곳으로부터 워크아웃 신청 당일 기존 'A-(하향검토)'에서 'CCC(하향검토)'로 일제히 강등됐다.
CCC는 채무불이행의 위험 수준이 높고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의문시될 때 신평사가 부여하는 신용등급이다.
한편, 주식시장에서 태영건설 주식 거래량도 급증한 상태다.
워크아웃 신청 당일인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5일까지 5거래일간 일평균 거래량은 약 2천631만주로, 직전 5거래일(지난달 20∼27일) 일평균 거래량(약 252만주)의 10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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