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국이 유용한 정보 제공 안 해"…영국 "남탓 그만"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도버 해협을 사이에 둔 프랑스와 영국이 불법 이민 대책을 두고 또 다시 신경전을 벌였다. 영국이 문제 해결에 충분히 협력하지 않고 있다는 프랑스 보고서가 나오면서다.
프랑스 회계 감사원은 4일(현지시간) 발표한 '불법 이민 퇴치를 위한 정책'이란 주제의 보고서에서 영국과의 협력에 대해 "여전히 실망스럽다"고 진단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두 나라 사이의 영불 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넘어가려는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샌드허스트 조약'을 맺었다.
프랑스가 영국으로 가는 밀입국 길목인 서북부 지역의 국경 경비를 강화하도록 영국이 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영국으로부터 총 2억2천200만 유로(약 3천190억원)를 지원받았다.
지난해 3월 10일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향후 3년간 5억4천100만 유로(7천700억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보고서는 이런 재정적 협력 외에 정보 협력 부분에서 영국과의 시너지 효과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양국은 2020년 7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소형보트 월경에 대비하기 위해 프랑스 경찰 8명, 영국 경찰 7명으로 구성된 합동 정보 부서(URO)를 창설했다.
불법 이민 시도에 대한 첩보를 수집해 수사 당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이 기구는 2022년에만 7개의 이민 범죄 조직이 해체되는 데 도움이 됐다.
보고서는 그러나 "영국이 소형 선박의 출항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매우 일반적이고 확인되지 않은 1단계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계속해 "보트 정보나 이민자들의 국적 등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불완전한 것으로 보인다"며 "프랑스와 영국의 관계는 정보 및 첩보 교환 측면에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짚었다.
프랑스 보고서의 이 같은 지적에 영국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내무부는 이 보고서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현재 프랑스와의 정보 공유를 포함한 협력 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모든 수준에서 프랑스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고, 그 덕분에 지난 한 해 동안 무단 횡단 시도가 36%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보수당 소속의 팀 러프턴 내무위원회 위원도 "프랑스 정부는 끊임없이 남 탓을 하기보다 불법으로 프랑스에 입국하는 사람들 단속을 더 잘해야 한다"며 "영국 납세자들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사기를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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