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총선, 야권 불참 속 여당 압승…하시나, 5번째 총리직(종합)

입력 2024-01-08 18:46  

방글라 총선, 야권 불참 속 여당 압승…하시나, 5번째 총리직(종합)
299석 중 223석 휩쓸어…야당, 낮은 투표율에 "국민이 정부 보이콧" 자평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주요 야권의 보이콧 속에 치러진 방글라데시 총선에서 현 집권당이 전체 70%가 넘는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방글라데시 선거관리위원회 공동 사무총장인 모니루자만 탈루커는 지난 7일 치러진 총선에서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이끄는 여당 아와미연맹(AL)이 299석 중 223석을 얻었다고 8일 발표했다. 무소속 후보 61명이 당선됐으며 제3당인 자티야당이 11석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오슬로 대학의 정치학자 무바샤르 하산은 "지티야당이나 무소속 후보들 대부분은 AL과 오랜 동맹 관계인 사람들"이라며 "이번 선거는 야당이 없는 일당 통치를 합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총선은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과 일부 야당의 불참 속에 진행됐다.
이들은 공정한 선거를 위해선 하시나 총리 내각이 사퇴하고 중립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선거 불참을 선언하며 총선 보이콧 운동을 벌였다.
당국은 선거일 군경 80만명을 전국 투표소에 배치했지만 후보 지지자 간 충돌 등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다카 인근 먼시간즈 지역에서는 여당 지지자 중 한 명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기도 했다.
총선은 예상대로 여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선관위 발표 결과 투표율이 직전 2018년 총선 투표율(80.2%)의 절반 수준인 약 40%에 그쳤다.
야당 인사들은 이날 총선을 비난하는 의미로 다카에서 입에 검은 복면을 두른 채 시위를 벌였다.
BNP 지도자인 압둘 모인 칸은 낮은 투표율을 지적하며 "국민이 투표소에 가지 않음으로써 정부를 보이콧했다"며 야권의 총선 보이콧이 성공했다고 자평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번 총선 승리로 하시나 총리는 5번째 총리직을 맡게 됐다.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아버지'로 여겨지는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1920∼1975)의 장녀인 하시나 총리는 1975년 군부 쿠데타로 아버지와 어머니, 3명의 남자 형제가 몰살되는 참변을 겪었다.
그는 6년간 영국과 인도를 떠돌며 망명 생활을 했고, 1981년 귀국해 AL을 본격적으로 이끌며 반독재 투쟁을 벌였다. 그는 여러 차례 투옥과 가택연금을 당했지만 1996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처음 집권하게 된다.
하지만 경제 파탄과 부정부패 등을 이유로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빼앗겼다. 절치부심 끝에 2008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하며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올랐고, 이번 총선 승리로 4연임에 성공하게 됐다.
그는 의류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해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방글라데시의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이웃 미얀마에서 박해로 도망쳐 나온 수십만명의 로힝야족 난민을 받아들여 국제적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방글라데시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7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을 만큼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장기 집권이 이어지면서 권위주의적 통치로 민주주의를 저해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가 이번 총선에서 다시 승리하며 집권을 이어가게 되자 이웃 나라 인도를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등은 사절을 보내 그의 재집권을 축하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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