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사람이었다"…엘사 같은 '고립의 삶' 회고
한국계 다수 참여한 '성난 사람들' 미니시리즈 돌풍
이성진 감독 "이미 그 분야 최고였다" 수상자들에 축하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한국계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 미국 영화상 골든글로브 TV 미니시리즈 주요 상을 다수 쓸어간 가운데 수상자들의 소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성난 사람들'은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이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받아 3관왕에 올랐다.
주연을 맡은 배우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은 아시아계 배우로는 처음으로 이 부문의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계 배우로는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은 스티븐 연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
그는 "정말 신기하다. 평소 내가 나에 대해 자신에게 말하는 것은 고립과 분리에 대한 것인데 여기에 와서 이런 순간을 맞으니 그냥 다른 모든 이들을 생각하게 됐다"며 "'겨울왕국'의 줄거리와도 같은 느낌이라는 것을 방금 깨달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후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겨울왕국'을 실제로 많이 봤느냐는 질문을 받자 "사실 두 번 봤는데, 이틀 전 딸이 함께 보자고 해서 봤다"고 말했다.
'겨울왕국'은 눈과 얼음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을 가진 여왕 엘사와 그의 여동생 안나의 이야기로, 엘사는 자신이 가진 능력이 두려워 스스로 고독과 고립을 택한다. 그러나 결국 동생 안나가 보여준 진정한 사랑의 행동 덕분에 변화돼 가족과 백성들의 곁으로 돌아온다.
엘사의 이야기를 자신과 비교한 스티븐 연은 수상 소감을 통해 "나는 그저 연민과 사랑, 보호와 선의를 받는 사람일 뿐"이라며 가족과 제작진에게 감사를 전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스티븐 연은 다섯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고, 대학 시절 심리학을 전공하다가 연기에 관심을 가져 배우의 길을 걸었다.
2010∼2017년 좀비 장르 드라마 '워킹데드'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고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와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 등 한국 영화에도 출연했다.
스티븐 연은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인 봉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도 나온다.
수상 후 인터뷰에서 봉 감독과의 두 번째 작업에 대해 스티븐 연은 "봉 감독은 일할 때마다 더 놀라운 아티스트가 된다"며 "세계가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성난 사람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가난한 남자 대니(스티븐 연 분), 남편과 소원해져 우울한 삶을 살고 있는 부잣집 여자 에이미(앨리 웡)가 운전 중 서로 시비가 붙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블랙 코미디 장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겸 감독 이성진이 연출·제작하고 극본도 직접 썼다. 주연 배우인 스티븐 연 외에도 조셉 리, 영 마지노, 데이비드 최 등 한국계 배우들이 조연으로 대거 참여했다.
이성진 감독은 '성난 사람들'에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온 경험을 녹였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우리 쇼는 실제로 나에게 일어난 교통사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그 운전자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당 운전자에게 "선생님, 저는 앞으로 당신이 계속 소리를 지르며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길 바란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성진 감독은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이 첫 아시아계 주연상을 수상한 데 대해 "놀랍다"며 "그들은 이미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이고, 그들보다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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