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콘퍼런스서 발표…"AI 시대 데이터 처리 핵심은 메모리"
"'메모리 센트릭 AI 시대' 선도…다양해지는 고객 요구 대응"
"1분기 D램 감산 변화 필요성 검토…3년내 시총 200조 도전해볼만"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한 SK하이닉스[000660]가 날로 다양화하는 AI 메모리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자 각 고객사 요구에 특화된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9∼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개막 전날인 8일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앞으로 생성형 AI가 보편화하면서 메모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고, AI 시스템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객 요구가 다변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곽 사장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PC와 모바일을 넘어 클라우드 기반 AI 시대로 급속히 발전하는 가운데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소통되는 '인공일반지능'(AGI)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는 AGI가 스스로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산하며 학습과 진화를 반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AI 시대 메모리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간 하나의 경로로 데이터 전송을 순차적으로 반복하는 구조였지만, AI 시스템에서는 수많은 AI 칩과 메모리를 병렬 연결해 대량의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해야 하므로 AI 시스템의 성능 향상 여부는 메모리에 달렸다고 곽 사장은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AI용 고성능 고대역폭 메모리(HBM) D램 제품인 HBM3와 HBM3E, 최고 용량 서버용 메모리인 하이 캐파시티 TSV DIMM, 세계 최고속 모바일 메모리 LPDDR5T, PC와 서버 등에서 주로 사용되는 메모리 모듈 제품 DIMM 등 초고성능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곽 사장은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AGI, 데이터센터, 모바일, PC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메모리 센트릭 AI 시대'(Memory Centric AI Everywhere)를 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고대역폭 기반 HBM4와 4E, 저소비전력 LPDDR 기반 모듈 솔루션 LPCAMM, AI 등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컴퓨팅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차세대 인터페이스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고용량 구현에 용이한 QLC(쿼드러플 레벨 셀) 스토리지 등으로 혁신을 이어 나가겠다고 곽 사장은 밝혔다.
SK하이닉스는 AI 시대 다양해지는 고객 요구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곽 사장은 "어떤 고객에게는 용량과 전력 효율이 중요할 수 있고, 또 다른 고객은 대역폭과 정보처리 기능을 선호할 수 있다"며 "이런 요구에 대응하고자 SK하이닉스만의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회사의 AI 메모리 기술력과 연구개발(R&D) 역량을 각 고객 요구와 최적으로 융합하기 위한 플랫폼"이라며 "이를 통해 기존 방식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선보이고, 각 고객에게 특화된 최적의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곽 사장은 경기도 용인 415만㎡ 부지에 120조원 이상을 투자해 신규 메모리 생산기지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계획도 소개하면서 "기존 고객 수요를 넘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시대에 세계 최고 메모리를 적기에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발표에 이은 경영진 질의응답에서 감산 종료 시점과 1분기 흑자 전환 전망 등 경영 현안에 관한 입장도 내놨다. 최근 D램 가격은 모바일용 제품을 중심으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곽 사장은 감산 종료와 관련해 "D램은 최근 시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여 수요가 많은 제품은 당연히 최대한 생산하고 수요가 취약한 부분은 조절해나갈 것"이라며 "낸드는 상대적으로 개선 속도가 느리지만 최악 상황은 벗어나는 것 같은데, 역시 시황을 보면서 제품별로 차등을 두는 쪽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극적인 감산 변화와 관련해 D램은 1분기에 변화를 줘야 할 것 같고, 낸드는 2분기나 3분기 등 중반기가 지나 시장 상황을 보면서 같은 원칙을 갖고 하려고 한다"며 올해 1분기 D램 감산에 변화를 줄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업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와 관련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AI인프라 담당 김주선 사장은 미국의 수출 통제로 SK하이닉스와 협업하는 엔비디아가 타격을 입으면 SK하이닉스에도 영향이 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미국 정부 지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선행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중국 시장에 큰 영향을 받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곽 사장은 중국 관련 리스크에 대해 "지정학적 부분과 관련해 작년부터 사내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적극 활동했고, 각국 정부와 밀접하게 소통한 결과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통보를 받았다"며 "이를 통해 사업 리스크는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곽 사장은 "우리가 기술을 잘 준비하고 개발하고, 제품도 잘 준비하고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재무 건전성도 훨씬 더 높이면 현재 100조원 정도인 시가총액이 더 나은 모습으로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내부적으로는 3년 정도 이내에 도전해볼 만한 목표치가 200조원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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