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 "국가를 위해 매일 모범, 감사" 사의 수락
후임에 34세 가브리엘 아탈 교육장관 유력 거론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도와 그의 집권 2기 초반 연금 개혁 등을 성사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8일(현지시간) 사임했다.
엘리제궁은 이날 오후 보른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고,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다만 엘리제궁은 보른 총리가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다른 정부 구성원들과 함께 현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당신은 국가를 위해 매일 모범을 보여주었다. 정치인의 용기, 헌신, 결단력으로 우리의 프로젝트를 실행해주셨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르몽드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보른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제출한 사임 서한에서 "전례 없는 의회 여건 속에서 연금 개혁, 이민법, 프랑스가 직면한 과제와 프랑스 국민의 우려에 대응하는 각종 법률을 통과시켰다"며 "이러한 개혁을 계속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른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1기인 2017∼2022년 교통부, 환경부, 노동부 장관을 차례로 역임했으며, 2022년 4월 마크롱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뒤 총리로 임명됐다.
프랑스에서 여성이 총리직을 맡은 건 보른 총리가 두 번째였다.
그러나 보른 총리는 임기 내 마크롱 정부의 핵심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난관에 직면했다.
대표적인 게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으로, 하원에서 정부 여당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해 관련 법안 처리가 어려워지자 헌법 제49조3항을 내세워 하원 표결을 생략한 채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반발한 야당이 총리직 사퇴를 요구하며 여러 차례 불신임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엔 진보 진영이 특히 반발하는 이민법 개정안을 밀어붙여 또 한 번 사퇴 위기에 몰렸다.
이 때문에 해가 바뀌면서 프랑스 정치권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국정 동력을 되찾기 위해 총리 교체를 포함해 일부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보른 총리의 후임으로는 가브리엘 아탈 현 교육부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34세인 아탈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 집권 1기 후반 정부 대변인, 집권 2기 초반 공공 회계 장관을 지낸 뒤 지난해 7월 교육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교내 이슬람 의상인 '아바야(긴 드레스)' 착용을 금지하고, 프랑스 학생들의 기초 학력 증진 방안을 추진하는 등 교육 개혁에 힘을 써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0일 저녁 프랑스5 방송에 출연해 각종 현안에 대해 발언하던 중 아탈 장관이 제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으며 매우 신뢰한다고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아탈 장관이 총리로 임명될 경우 1984년 37세에 임명된 로랑 파비우스 총리의 기록을 깨고 제5공화국 최연소 총리가 된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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