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자투표 없는 대만서 친중 대만교포에 기대는 中…'박빙 상황'서 승패 가를 수도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오는 13일 대만 총통 및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를 사흘 앞두고 중국이 "대만 기업인 10만명 귀향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고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중국 당국이 작년부터 자국 항공사들에 투표 참가를 위해 귀국하는 대만 기업인들에게 할인 항공권을 제공하도록 압력을 넣어왔다"면서 근래 대만 기업인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할인 항공편 마련에 대만기업협회가 앞장서고 있다. 이 협회는 중국 공산당 산하 통일전선공작부의 산하 단체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까지 대만 대선 판세를 보면 독립·친미 성향인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다소 앞서고 있긴 하지만 친중 세력인 국민당과 박빙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 거주 대만 기업인들을 활용해 판세를 뒤집겠다는 게 중국의 심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2016년과 2020년 대만 대선에선 현 총통인 차이잉원 후보가 각각 300만표와 260만표 차이로 이겼지만, 2012년엔 마잉주 국민당 후보가 불과 80만표 차이로 승리한 바 있어 10만명에 달하는 '귀국 표심'이 승패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론조사 공표 시한 직전 발표된 대만 연합보의 조사 결과를 보면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지지율 32%,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가 지지율 27%를 기록해 그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인 5% 포인트(p)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21%였다.
이 때문에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만 기업인의 귀향 투표 지원을 하지 말라면서 선거 개입 중단을 촉구했다.
대만 재외국민은 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만 인구가 2천300만명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200만명은 적은 수가 아니다. 중국에는 100만명의 대만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이들 대부분이 국민당 지지 성향이라는 점이 문제다.
대만에 부재자 투표 제도가 없는 건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대만에선 모든 투표를 직접 해야 한다. 따라서 13일 선거 당일 근무해야 하는 경찰·행정공무원·의료 종사자 등도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투표권 행사를 희망하는 재외국민은 귀국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 영향권에 있는 대만 기업인을 상대로 '귀향 친중 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집권 민진당의 대만 독립과 친미 반중 노선으로 대만해협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왔으며 양안(중국과 대만) 무역 갈등으로 대만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논리를 들이댄다.
국민당의 샤리옌 부주석은 작년 12월 중국 남부 5개 지역을 순방하며 현지 대만인들의 총통 선거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대만에선 그동안 선거철만 되면 부재자 투표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당 간 이견으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대만 인구 대비 재외국민 비율이 높을뿐더러 양안 관계의 특이성 등을 고려할 때 부재자 투표 도입으로 외국의 선거 개입을 부를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당은 재외 국민의 부재자 투표를 전면 허용하자는 입장이지만 민진당은 대만 거주자에 대해서만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만 총통 및 입법위원 선거 참여를 위해 귀국한 대만인의 수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로선 신뢰할 만한 데이터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커원저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투표를 위해 귀국한 미국 뉴욕 거주 대니얼 천(34) 씨는 블룸버그에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의 탄압으로 대만도 비슷한 운명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됐던 2020년 선거 때보다는 재외국민의 귀국 투표자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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