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면적 80%의 광범위한 해저 대상…구리·아연·리튬 등 매장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노르웨이 의회가 국내외적인 논란에도 영해 내 심해 광물자원에 대한 탐사와 채굴을 승인했다고 DPA통신과 CNN 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노르웨이 의회는 이날 노르웨이 대륙붕에 있는 약 28만1천㎢에 달하는 북극 해저 지역에 대한 광물 탐사와 채취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의회가 탐사를 허용한 지역은 독일 육지 면적의 80% 정도에 달하고 영국보다도 큰 규모이다.
이로써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가 이끄는 노르웨이 소수 정부는 의회의 이번 결정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심해 광물자원에 대한 상업적 채굴을 허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해 12월 야당인 보수당, 진보당과 심해 채굴 허용에 대한 합의를 끌어냈다.
석유와 천연가스 주요 생산국인 노르웨이는 지난해 영해 내 해저에서 풍력 설비와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막대한 양의 광물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NTNU)에 따르면 노르웨이 대륙붕에 있는 구리 매장량은 최대 2천170만t으로 2019년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됐다. 아연 매장량은 최대 2천270만t으로 추산됐다.
전자제품과 합금에 사용되는 고농도 리튬과 희토류의 일종인 스칸듐도 당시 탐사에서 발견됐다.
전 세계 해저에는 구리와 코발트, 아연, 금 등 녹색경제에 필요한 광물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찬성파들은 해저 광물 개발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할 수 있으며 지상 채굴보다 환경 피해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노르웨이 정부도 심해 광물 채굴이 새로운 산업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방법으로 채굴하는 기업에 채굴 허가를 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이번 결정에 환경단체는 물론 과학계와 정치권까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노르웨이 책임자인 프로데 프레임은 과학자와 정치인, 환경단체 사이에서 해양 생태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노르웨이가 잘못된 방향으로 거대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비판했다.
프레임은 노르웨이에서 얼마나 빨리 심해 광물 산업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탐사는 수개월 안에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세계자연기금(WWF)의 노르웨이 심해 채굴 전문가인 카자 뢴네 피알토프트는 실제 채굴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추가적인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알토프트는 북극 심해 해저 광물 채굴은 매우 힘든 작업이어서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산업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제 채굴에 성공한다 해도 녹색경제로의 전환에 기여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피알토프트는 덧붙였다.
앞서 유럽연합(EU) 정치인 100여명은 지난해 11월 노르웨이 의회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해저 광물자원 채굴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전 세계 과학자 800여명도 해저 광물자원 채굴 중단을 요구하는 또 다른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유엔 산하 해양 규제기관인 국제해저기구(ISA)는 지난해 열린 이사회와 회원국 총회에서 2024년까지 채굴을 위한 법적 틀 마련에 합의하고 잠정적으로 2025년에 가이드라인 채택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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