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차기 대선, '최고령 기록 보유자'끼리 맞붙을 판
전문가 "바이든 2기 완주 가능성 75%…트럼프도 비슷"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역대 최고령 대통령' 기록 보유자들 간의 대결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누가 이기든 임기를 완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령으로 별세하거나 치매, 뇌졸중 등 노인성 질환으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란 이유에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9일(현지시간)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와 관련한 각종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이와 관련한 논란을 조망했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77세이고, 대선일인 오는 11월 5일에는 78세가 된다.
그와 맞붙게 될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81세이고, 만약 재선에 성공한다면 86세까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작년 공개된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187개국 최고지도자 중 트럼프와 바이든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는 8명에 불과하다.
1950년대 이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선진국들에서 갈수록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나 총리직에 오르는 양상이 나타나 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 두 사람이 연달아 미국 대통령이 된 건 이례적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당시 70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으로 꼽혔고, 이 기록은 4년 뒤 바이든 대통령이 78세의 나이로 취임하면서 재차 경신됐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OECD 선진국 최고지도자의 평균 나이는 현재 55.5세로 50년 전(60.2세)보다 5세 가까이 낮아졌다. 프랑스에선 이날 올해 만 34세인 가브리엘 아탈 교육부 장관이 신임 총리로 임명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 8년 만에 부쩍 늙은 모습으로 화제가 됐던 것처럼 막대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들어 트럼프와 바이든의 고령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하버드 의대와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의대가 2015년 발표한 연구를 보면 지난 300여년간 17개 선진국에서 최고지도자에 오른 인물들의 경우 이들에게 밀려난 경쟁자보다 평균 4.4년가량 일찍 별세한 것으로 수명 분석 결과 나타났다.
그러나, 최고 지도자로서 철저한 건강관리를 받기에 대통령은 오히려 수명이 더 길어진다는 정반대의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대통령의 수명을 늘리거나, 줄일 것으로 여겨지는 여러 요인들이 실제로는 서로 상쇄될 수 있다면서 2011년 일리노이대학의 노인학 전문가 제이 올섄스키 박사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과 동시대를 살았던 미국인 남성들의 기대수명을 계산해보니 평균 73.3세로 나타나 대통령들의 수명(평균 73.0세)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고령으로 인한 리스크는 때이른 죽음만이 아니란 것도 문제다.
심장마비나 뇌졸중으로 거동이 힘들어지거나 치매, 알츠하이머 등의 질병으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면서 부통령 등에게 권한과 의무가 이양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이 매체는 "뇌졸중과 심장마비 위험이 대체로 10년마다 갑절로 커진다는 점이 우려된다"면서 설령 병증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고령으로 인지기능 자체가 저하되는 건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백악관 행사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이름을 정확히 언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름을 헷갈리기도 했다.
바이든과 트럼프가 고령에도 정신적 능력이 젊은이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이른바 '슈퍼 에이저'(super-ager)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두 사람 모두 부모가 80대와 90대까지 생존한 장수가족 출신인 데다 부유한 유력자 집안에서 남부럽지 않게 자랐던 만큼 일반인보다 훨씬 건강한 상태일 수 있어서다.
올섄스키 박사 등은 4년 전 미국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건강상 문제 없이 임기를 완주할 가능성을 95%로 추산했다. 이는 같은 나이대의 미국인이 별다른 문제 없이 4년을 보낼 가능성(82%)보다 13%포인트나 높은 것이었다.
같은 분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완주 확률은 90%로 동년배(86%)보다 4%포인트 높은데 그쳤다.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병을 앓았고 형제들이 42세와 71세의 나이로 먼저 별세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올섄스키 박사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는 아직 관련 연구결과를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그는 지난 7일 정치전문매체 더힐 인터뷰에서는 "(바이든이) 2기 임기를 버텨낼 확률은 동년배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아 75%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보다 약간 못하긴 하지만 트럼프와 관련한 전망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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