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여성 후손, 반환 소송 패소…현재 소장 스페인 미술관 소유권 인정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85년 전 유대인 여성이 독일에서 탈출할 때 나치에게 빼앗긴 명화의 소유권을 둘러싼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현재 이 작품을 소장 중인 스페인 박물관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의 명화는 프랑스 인상파 거장 카미유 피사로의 1897년작 '오후의 생토노레 거리, 비의 효과'로, 그 가치가 3천만달러(약 396억원)가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제9 연방항소법원은 9일(현지시간) 이 작품의 소유권을 갖고 있다는 유대인 여성 후손의 주장을 원심과 같이 기각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이 그림을 갖고 있는 스페인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의 소유권을 인정한 것이다.
이 명화는 파리의 거리 풍경을 묘사한 것으로, 1939년 2차 세계대전 직전 유대인 여성이 독일에서 출국 비자를 받기 위해 나치에 900라이히스마르크(당시 독일의 마르크화·약 47만원)에 빼앗기다시피 넘겼다.
이후 작품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다가 독일 기업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였던 한스 하인리히 티센 보르네미사 남작에게 넘어갔다.
보르네미사 남작은 1993년 이 작품을 포함해 수백 점의 수집품을 스페인에 팔았고, 스페인은 이를 보관·전시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지었다.
원소유자였던 유대인 여성의 미국인 유족(손자)이 이 작품의 소재를 알고 2001년 스페인 미술관에 반환을 요청한 데 이어 2005년 미국 법원에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손자의 사망 이후 그의 자녀가 소송을 이어갔지만 2019년 미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연방대법원이 2022년 4월 법률 선택 규정을 잘못 적용했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 환송했지만 그림 소유권에 대한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법원은 스페인 미술관이 소유권 논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8년간 선의로 소유, 전시했다는 점을 들어 이 그림에 대한 스페인 박물관의 권리를 인정했다.
이 소송은 캘리포니아 법이 아닌 스페인법을 적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원고 측은 나치 약탈 예술품에 대한 소유권 세탁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반발한 반면 스페인 박물관 측은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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