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등 8개국 '러, 北무기 조달' 규탄 성명…안보리서도 비판
러 "우크라도 北무기인 증거 없다 말해…美가 잘못된 정보 유포"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1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는 러시아가 북한에서 조달한 미사일을 사용해 우크라이나에 파괴적인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북한산 러시아를 수입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발뺌하며 미국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서 양측간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미국과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몰타, 슬로베니아, 우크라이나 등 8개국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 앞서 공동성명을 내고 "지난달 30일, 올해 1월 2일과 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파괴적인 공습을 가해 수십명이 죽고 수백명이 다쳤다"며 "이런 극악무도한 공격은 부분적으로 북한에서 조달한 탄도미사일과 발사대를 이용해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8개국은 "이는 북한으로부터 무기 조달 및 수출을 김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라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이런 위반에 기꺼이 가담하는 것은 그 지위를 명백히 악용하는 것"이라고 러시아를 강도 높게 규탄했다.
이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및 안보를 주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도 북한과 러시아를 향한 규탄이 이어졌다.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차석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여러 차례 사용했으며 우크라이나의 주요 인프라를 파괴하고 시민을 죽게 하는 데 추가로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크라이나에서 2년간 진행되는 끔찍한 상황을 해결하려면 러시아의 안보리 결의 위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도 이날 회의에서 북한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된 것이 한반도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중단을 촉구했다.
반면에 러시아는 미국이 증거도 없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회의에서 북한산 미사일 사용에 대해 "이 정보는 며칠 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이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라고 발뺌했다.
이어 "미국은 이를 사전에 확인하지도 않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을 공격했다.
네벤자 대사는 오히려 서방이 제공한 무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 등지의 주거지역에 표적공격을 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 북한산 미사일로 추정되는 증거라며 잔해를 공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검찰 대변인 드미트로 추벤코는 미사일 잔해에서 확인된 노즐과 꼬리 부분이 그간 북한군이 열병식 등에서 공개했던 미사일과 형태가 유사한 점을 근거로 해당 미사일이 북한에서 제공됐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현재로서는 북한이나 다른 국가가 이 미사일을 러시아에 제공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네벤자 대사의 안보리 발언은 이 같은 우크라이나 측 발언을 근거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앞서 커비 조정관은 지난 4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수십발의 탄도미사일을 제공받았으며 그중 일부를 이미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커비 조정관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러시아가 지난 6일에도 북한산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우크라이나로 발사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포함한 47개 국가 및 국제기구의 외교 수장들도 같은 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수출과 러시아의 미사일 사용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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