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틀 앞두고 시민들 "전쟁 vs 평화" "민주 vs 독재" 거론하며 라이칭더-허우유이 각각 지지
대학생 "커원저가 실용적 공약…당선 가능성 작아도 투표"…인터뷰 거부 시민 적지 않아 민감성 방증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총통에 당선돼야 대만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어요."(쉬모씨, 60대, 민진당 지지자)
"아직 선거 끝나지 않았어요. 선거 결과 몰라요."(장모씨, 20대, 국민당 지지자)
차기 대만 총통 선거(대선)를 이틀 앞둔 11일 오전 대만 북부 타이베이역 인근에서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은 지지 후보를 마음에 정한 듯 이렇게 말했다.
이번 총통 선거에서는 독립·친미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 친중(친중국) 성향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그리고 중립으로 평가받는 대만민중당(민중당) 커원저 후보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공포 금지 기간인 지난 3일 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각각 1, 2위를 달렸던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민주 vs 독재', '전쟁 vs 평화'라는 프레임으로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허우 후보는 '92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중국과 대만의 합의)을 지지하는 국민당을 선택하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라이 후보는 92공식을 지지하는 국민당을 선택하면 민주를 잃게 되지만, 92공식을 지지하지 않는 민진당을 선택하면 민주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쉬모(60) 씨는 "라이 후보 이미지가 좋다"면서 "라이 후보가 안정된 미래의 대만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허구한 날 대만을 압박만 한다"면서 "나는 자유와 민주가 가득한 대만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타이베이역 인근에서 물건을 파는 장애인 우모(60대) 씨는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 독립을 선언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라이 후보가 (당선돼도) 대만 독립을 선언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중국인들이 대만에 왔을 때 대만인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의 휠체어를 때리거나 물건 판매를 방해하는 일이 많았다는 '불쾌한 경험'도 전했다.
반면 20대 장모씨는 현 집권당인 민진당의 실정이 너무 많다며 허우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양안(중국과 대만) 간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도 약간의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관계 악화로 대만의 농업 및 무역 분야가 일반 시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허우 후보 당선이 현재로선 분위기상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선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선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이 아닌 만큼 허우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 2명은 민중당 커원저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커 후보 공약이 다른 총통 후보보다 더욱 더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성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의 대만 모습과 매우 부합하는 인물로 당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투표로 그를 응원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앞서 기자는 대만 대선을 30일 앞두고 지난해 12월 14일에도 타이베이 시내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당시 시민들은 대선 관련 질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기류가 달랐다. 시민들이 '대선'이라는 글자에 매우 민감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파로 붐비는 타이베이역과 인근 지역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적지 않은 시민들이 '대선'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시간이 없다', '바쁘다' 등의 이유로 바로 거절했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도 후보 이름보다는 후보 기호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걸 더 편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이렇다 보니 가까스로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도 예외 없이 익명을 요구했다.
반중(反中)과 친중 정당이 정권을 주고받아 온 대만에서 대체로 정치 이야기는 민감한 영역이다. 더군다나 양안 긴장이 더 고조된 요즘엔 그 정도가 훨씬 더하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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