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힐러리 닮은 입만 산 정치인"…헤일리 "캠프 하나 운영 못해"
디샌티스 "중국과 관계 단절"…헤일리 "中 대신 韓·日 등과 교역 강화"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10일 저녁(현지시간) 5차 후보토론에서 한 치 양보 없는 치열한 난타전을 이어갔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의 문을 공식적으로 여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닷새 앞두고 주도인 디모인에서 열린 이날 CNN 주최 토론에서 두 후보는 시작부터 날카롭게 대립하며 현안마다 물러섬 없이 공방을 주고받았다.
공화당 경선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토론에 불참해 토론은 2위권 후보간에 양자대결로 진행됐다.
두 후보는 시작부터 불꽃 튀는 격론을 벌였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와 헤일리 모두 자신의 안건을 추구하기 위해 대선에 출마했지만, 나는 여러분의 이슈를 위해 대선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헤일리 전 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존경했다고 언급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입만 산 정치인은 필요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헤일리 전 대사는 "론의 거짓말은 차고 넘친다"면서 발언 중간중간에 디샌티스 주지사의 발언을 검증하기 위해 새로 만든 홈페이지인 '디샌티스라이닷컴'(Desantislie.com)에서 그의 거짓말을 확인해보라고 몇 차례 언급하며 받아쳤다.
또 디샌티스 주지사 캠프가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내부 갈등으로 난항을 겪는 것을 지목하며 "캠프 하나 꾸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나라를 경영하겠다고 하느냐"고 직격하기도 했다.
두 후보는 세금정책, 중국문제, 우크라이나전쟁, 불법이민자 대책 등 모든 이슈를 놓고 격돌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니키 헤일리는 주지사 출마 당시 보편적인 학교의 자율을 보장한다고 하더니, 당선 이후에는 교사 노조에 숨었다"고 몰아붙였다.
헤일리 전 대사는 곧바로 "론은 연방정부 부채 상한을 올리지 않겠다고 해놓고, 의원 시절 이를 올렸다"고 받아쳤다.
감세 문제를 놓고 디샌티스 주지사가 "헤일리는 유류세를 올리지 않겠다고 공약하더니, 주지사에 취임하고는 유류세를 올렸다"고 비난하자, 헤일리 전 대사는 "우리는 유류세를 절대 올린 적이 없다.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불법 이민 문제와 관련, 디샌티스 주지사는 "불법 이민에 대해 헤일리가 하는 말을 믿지 말라. 여우가 닭장을 지키는 꼴"이라며 "헤일리는 국경 장벽 건설에도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도계 이민 가족 출신인 헤일리 전 대사는 "국경 장벽 건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우리 부모님도 50년 전 이민왔지만 그들은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 불법 이민자들이 법을 따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전쟁 지원문제와 관련해서 헤일리 전 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국이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가 승리하면, 대만은 그 다음(침공대상)이 될 것이다. 이것은 전쟁을 예방하는 문제"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디샌티스 주지사는 "국가 안보에서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남쪽 국경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면서 "국가 안보에 있어 최대 위협은 중국 공산당이다. 우리는 자원이 충분하지 않으며, 미국 본토(수호)와 중국이라는 최대 위협에 집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중국 문제를 놓고는 두 후보가 일종의 선명성 경쟁을 벌였다.
헤일리 전 대사는 "미국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중국이 펜타닐 유통으로 미국인을 죽이는 것을 막기 전까지 모든 관계를 중단해야 한다. 중국과 무역 대신 일본, 인도, 한국 등 다른 우방국과 대체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아예 "중국과 관계단절(decouple) 해야 한다"며 "아마도 헤일리는 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블랙록 등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기후 변화 문제에 있어서도 디샌티스 주지사는 "중국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목했고, 헤일리 전 대사는 "전기차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전기차 배터리의 70%를 중국에서 생산하는데, 이는 중국에만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은퇴 연령 상한 조정을 놓고 디샌티스 주지사가 "(은퇴연령을) 높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변하자, 헤일리 전 대사는 이에 반대 의견을 피력하며 "론 디샌티스는 지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들은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슷한 어조로 날을 세웠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의 대통령 재출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는 당시에 적합한 대통령이었고 많은 정책에 동의했지만, 그의 길이 나의 길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국경 장벽을 세운다는 약속을 실현하지는 못했다"며 "나는 그 일을 해낼 것이며, 헤일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차별화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회 폭동이 벌어진) 1월 6일이 아름다운 날이라고 하지만, 나는 끔찍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는 재판에서 질 것"이라며 "범죄 재판을 받는 공화당 후보자를 민주당과 언론은 사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상호 장점을 묻는 질문에 디샌티스 주지사는 "(헤일리가) 유엔 대사 시절 핵심 이슈에 대해 강하게 나갔다"고 평했고, 헤일리 전 대사는 "(디샌티스는) 좋은 주지사"라고 딱 한마디로만 언급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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