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장관,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정부, 시장 개입한다면 적시에"
주차난·층간소음 심한 단지 재건축 쉽게…안전진단 제도 개편
"전월세 사는 1∼2인 가구가 필요한 집 쉽게 구하는 데 초점"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계절이 바뀌면 (정부 정책의) 스탠스도 바꿔야 한다"며 "너무 확 움직이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움직이겠다"는 부동산 정책 방향을 밝혔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 '겨울'로 가고 있는 만큼 상승기의 규제·세제 등을 걷어내되,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우선 주택 공급을 늘려 1∼2인 가구와 전월세 사는 이들이 필요한 집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개입하게 되면 타이밍을 맞춰 적시에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정부는 준공한 지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았더라도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재개발 착수를 위해 필요한 노후도 요건(30년 이상 지난 건물 비율)은 3분의 2(66.7%)에서 6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또 올해와 내년 2년간 한시적으로 소형주택이나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중과세율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박 장관은 "세제는 한마디로 정상화시킨 것"이라며 "세금을 안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중과하던 것을 보통 과세로 돌린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과는 부동산 투기가 올라올 때 일종의 투기 방지 대책으로 발표했던 것인데, 지금은 투기가 올라가는 시점이 아니다"라며 "(부동산 시장이) 싸늘하게 식지 않을까 걱정하고, 한쪽에선 워크아웃에 간다고 하는 시절엔 빼줄 수 있는 건 빼줘야 한다"고 했다.
노후 아파트의 주차, 배관,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한 점을 들어 안전진단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 장관은 "지금은 안전진단에서 점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이 콘크리트가 튼튼하냐, 안 튼튼하냐"라며 "그러나 집이 비바람만 막아준다고 다 '오케이'인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진단의 구성요소를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꾸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진단을 없애는 쪽도 있고, 유지하면 어떤 식으로 개편해서 가는 게 좋을지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는 특별법에 따라 안전진단을 면제받을 수 있게 돼 있다. 다만 통합재건축과 공공 기여 등 조건이 있는데,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을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박 장관은 설명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12월 21일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맞춰 재개발·재건축 완화 정책이 급작스레 수립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대통령의 철학을 따르는 것이 행정부 공무원의 일"이라며 "(대통령이) 사유재산권 보호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중과 배제를 고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정부는 보약과 영양제를 주는 것이고, 환자가 극복해야 할 것이 있다"며 "손톱 밑 가시까지 뽑아줄 수는 없다"고 답했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과 달리 소형 주택 매입 때 1가구 1주택 특례 적용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서는 "시장 온도에 대한 판단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