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침체에 부동산PF 대출 가운데 70조원 부실 가능성도
코오롱글로벌·신세계건설 유동성 우려 속 롯데·동부건설은 선제 해명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태영건설[009410]의 워크아웃(재무 개선 작업)이 우여곡절 끝에 11일 성사됐으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에 대한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분양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PF 사업장이 많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건설사들의 'PF 부실 폭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 규모가 상당하다는 관측이 계속되는 데다,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자본조달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유동성 공급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업계의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 부동산 PF대출 부실화 위기 여전…'130조원 중 70조원 위험' 분석도
시공순위 16위의 중견 업체인 태영건설이 지난해 12월 말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된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이 채무를 비롯해 모두 9조5천44억원의 보증채무가 있다고 채권단에 밝혔으며, 이 가운데 2조5천259억원을 부실 가능성이 큰 우발채무로 분류했다.
문제는 PF 채무가 태영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사업성을 담보로 자본을 조달하는 PF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이 때문에 2020년 말 92조5천억원이었던 부동산 PF 대출잔액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134조3천억원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분양 침체로 일정이 지연되거나 추진에 난항을 겪는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PF 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진 상태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최근 발간한 건설동향 브리핑 보고서에서 부동산 PF 대출 잔액의 절반 이상인 70조원이 부실화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건산연은 작년 상반기 중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서 취급한 PF 만기 연장비율이 브릿지론(시공·인허가 전 자금 조달)의 70%, 본 PF(시공 결정 이후 자금조달)의 50%라며 모두 71조원이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건산연은 PF 대출규모로 추산한 70조원에 대해 "분양대금이나 토지 공매 등을 통한 회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 예상치"라면서도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될 경우 부실 발생 규모는 예상 밖으로 매우 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다음은 누구?… 롯데·동부건설은 선제 해명
개별 건설사 중 PF 우발채무로 인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거론되는 업체도 적지 않다.
구체적으로 한국기업평가(한기평)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2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집계한 건설업체의 PF 우발채무는 22조8천억원 규모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천121억원(지난해 8월 말 기준·한기평)로 추산된다.
한기평은 코오롱글로벌에 대해 "PF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자체 현금을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신세계건설의 경우도 부채비율이 400%가 넘는 상태다.
시공평가 22위인 동부건설의 경우 지난달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한기평)됐다.
이 회사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3분기 기준 PF 우발채무 규모는 2천억원대(보증한도 기준)로, 전체 PF 시장 규모가 134조원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면서 리스크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부인했다.
롯데건설도 동부건설에 앞서 자료를 내고 미착공 PF 3조2천억원 대응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롯데건설은 "2조4천억원은 이달 중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본 PF 전환 시점까지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할 예정이며, 나머지 8천억원도 1분기 내 본 PF 전환 등으로 해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하나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지난 4일 보고서에서 "롯데건설의 보유 현금은 2조3천억원 수준이며, 1년 내 도래하는 차입금은 2조1천억원"이라며 "여기에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우발 채무를 고려했을 때 현재 유동성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침체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 건설사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종합건설기업 폐업 공고 건수는 총 581건으로 전년 대비 219건 증가했으며, 2005년 629건 이래 가장 많다.
지난 5일에는 울산 지역 1위 토건업체인 부강종합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토건 시공능력 평가액 기준 1천450억원으로 전국 179위를 차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이제 건설사들은 신규 사업을 하려고 하지도 않겠지만, 태영건설 사태로 금융권에서 건설사에 만기 연장이나 추가 대출을 해주지 않아 신규 사업을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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