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대만 총통 선거 D-1…선거 전야 막판 총력 유세전

입력 2024-01-12 06:00  

안개 속 대만 총통 선거 D-1…선거 전야 막판 총력 유세전
독립·친미 여당 민진당 vs 친중 야당 국민당 '박빙' 대결…신베이시에서 나란히 격돌
중도 민중당 정치 심장부 총통부 앞서 바람몰이…'민주 vs 평화 vs 민생' 강조하며 표심잡기



(타이베이=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대만 총통 선거(대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12일 각 당이 늦은 시간까지 막판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대만에서는 오는 13일 최고 지도자를 뽑는 총통 선거와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총선)가 동시에 치러진다.
과거 국민당 독재를 거친 대만에서 시민 손으로 직접 총통이 선출되는 것은 1996년 이래로 이번이 8번째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3일) 전날까지 결과를 볼 때 이번 대선은 독립·친미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와 친중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 박빙 접전을 펼치고 있어 누가 승리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각 당은 한 표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이날 저녁 나란히 대규모 마지막 유세를 펼친다.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는 나란히 수도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시에서, 제3의 후보인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타이베이 총통부 앞 거리에서 마지막 유세를 벌인다.
대만에서는 전통적으로 선거 전야 총통부 앞 거리 유세가 정치적으로 큰 상징성을 띠는데, 추첨을 통해 결정한 이날 총통부 앞 유세 권리는 민중당이 따냈다.
이번 선거가 막판까지 안갯속인 까닭은 4년 전과 달리 표심을 몰아갈 뚜렷한 이슈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선거 때는 홍콩에서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하며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대만 젊은층을 자극하며 '중국의 위협' 이슈가 크게 부각됐으나 이번에는 그만큼 파괴력이 있는 이슈가 없다.
대신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 민진당과 국민당 배후에 각각 미국과 중국이 자리한 듯한 구도가 부각되면서 이번 대만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미중 대리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은 이번 선거를 전쟁과 평화의 선택으로 규정하고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해협 위기가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해왔다. 대만을 향한 무력 시위도 연일 펼쳤다.
허우 후보도 그간 유세에서 "민진당에 투표하면 양안(중국과 대만) 간 평화가 없다"며 "모든 청년들이 전쟁터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쟁을 원한다면 라이 후보에게, 평화를 원한다면 허우 후보에게 투표해 달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대만 선거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화하는 등 사실상 민진당을 지원 사격해 왔다.
라이 후보는 "공산당을 수용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한다는 입장인 국민당이 집권하면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아울러 "주권이 없는 평화는 홍콩과 같은 거짓 평화"라며 수 년 새 중국에 의해 '민주주의 질식' 상태에 빠진 홍콩을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양당이 중국 위협과 안보 문제로 대립하는 가운데,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2030 젊은 층의 현실적인 고민을 파고들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가 총통이 될 가능성은 작지만,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인기에 힘입어 민중당이 입법위원 수를 늘릴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유권자 1천955만명 중 2030 유권자는 608만명으로 31%를 차지한다.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지구촌 선거의 해인 2024년 처음으로 실시되는 대선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미국과 중국 간 대결이 첨예한 상황에서 누가 당선되든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세계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에서 2000년부터 이어진 '8년 주기 정권 교체' 흐름을 깨고 민진당이 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할 경우 중국의 대만을 향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국민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할 경우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영향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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