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사업장 60곳…브릿지론 사업장은 상당수 정리될 듯
이미지 추락·근로자 임금 체불도 당면 과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태영건설[009410]은 11일 워크아웃 개시 결정으로 최장 4개월간 채무 상환이 유예되며 당장의 유동성 위기에서는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부실 사업장 정리와 협력사 거래대금 및 임금체불 해소,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눈앞에 산적했다.
일단 워크아웃 개시와 함께 태영건설은 대주단 주도하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사업장별로 사업성과 사업 진행 단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지속이나 재구조화, 시공사 교체, 매각 등 정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수순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PF 사업장은 60곳(브릿지론 사업장 18개, 본PF 사업장 42개)으로 알려졌다.
태영그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가진 개별 사업장 일부가 부실하기는 하나 대체로 양호한 사업이 많아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문제만 해소된다면 빨리 정상화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며 낙관했지만, PF 우발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는 점에서 사업장 중 상당수는 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브릿지론 사업장의 경우 이후 자금 조달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상당수 정리될 전망이다.
이미 진행 중인 공사도 난관이 예상된다.
분양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이미지 추락으로 향후 분양 실적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의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신청 직후 홈페이지에 수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안내문을 내걸고 "워크아웃이 진행돼도 시공 및 입주, 분양보증 효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나, 일부 수분양자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측은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공사가 계속된다고 해도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완공 때까지 계속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협력업체 대금 지급과 일부 공사 현장에서의 임금 체불도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태영건설과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한 하도급업체는 450여곳으로, 이들은 모두 3조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했다.
태영건설은 일부 업체에 대해 도급 대금을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로 지급하면서 일방적으로 만기를 60일에서 90일로 연장해 해당 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임금과 자재, 장비업체 대금을 자체 부담하는 실정이다.
일부 현장에선 임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분 임금도 못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고용노동부가 현장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태영그룹은 이와 관련해 "노무비는 최우선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개시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뒤따를 전망이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쌍용건설 등 앞서 워크아웃을 거친 회사들도 대규모 직원 감축 등의 자구 노력을 해야 했다.
태영그룹은 기자회견에서 임직원 감원 규모에 대한 물음에 "지금 속단하기는 어렵다"며 "채권단과 실사 결과를 토대로 합의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혹독한 과정을 거쳐 워크아웃 졸업에 성공해도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재수'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쌍용건설이 2004년 워크아웃 졸업 뒤 2013년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금융적 관점으로 접근해 무리하게 체질 개선 작업을 하다보니 건설 분야 경쟁력을 잃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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