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친중후보 "통일회담 배제"…'친시진핑 발언' 역풍에 화들짝

입력 2024-01-12 10:49  

대만 친중후보 "통일회담 배제"…'친시진핑 발언' 역풍에 화들짝
野허우유이, 대선 중도표심 이반 우려에 中과 거리두기…'中 일국양제 반대'도 거듭 강조
대만TV "與라이칭더 길가다 총 주워" 막판 호재 강조…라이칭더, "시진핑 믿느냐" 공세
총통선거 하루 전 1km 거리 두고 라이-허우 마지막 유세전…내일 오후 9시께 결과 윤곽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대만의 친중 세력인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 후보가 오는 13일 치러지는 총통 및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막판에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서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여론조사 공표 기간 결과로 볼 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에 박빙 격차로 선두를 내준 상황에서 선거 수일전 불거져 나온 마잉주 전 총통의 '친(親) 시진핑' 발언 여파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국민당을 기피할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12일 대만 언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허우 후보는 타이베이에서 자오샤오캉 부총통 후보와 공동 브리핑을 갖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당선되면 "임기 중에 통일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1992년의 대만과 중국 간 '92합의'는 존중하지만, 중국의 통일 회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의 표명이다.
대만과의 통일 의지를 감추지 않아 온 중국은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집권하면 통일을 위한 첫 단계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마지막 날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동포는 함께 민족 부흥의 위대한 영광을 누려야 한다"며 "조국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외에도 중국 당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만을 홍콩·마카오와 같은 특별행정구로 규정하고, 필요하다면 무력 통일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한편 '양안 문제=내정'이라는 말로 외국의 개입을 강력히 경계해왔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대만인들이 국민당 집권 시 민주주의와 주권을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는데, 지난 10일 "양안 관계에선 시진핑 주석을 믿어야 한다"는 마 전 총통의 발언까지 터져 나오면서 이들이 큰 불안감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같은 이상 기류에 허우 후보는 통일 논의 불가 주장 이외에 대만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중국과 심각한 문제를 논의할 '양안 협상'을 하기 전에 대만의 자주국방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공식적인 선언을 하지 않고도 사실상 독립을 유지해온 대만이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중국의 침략 위험에 직면했다며 민진당 견제도 잊지 않았다.
허우 후보는 이어 "매일 중국의 침입을 받고 있고, 오해나 착오로 전쟁이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면서 이는 민진당 정권의 독립 시도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허우 후보측의 '당혹감'과는 대조적으로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후보는 마 전 총통 발언에 대한 공세를 연이틀 이어갔다. 국민당의 친중 정책에 대한 여론의 경계심도 더 키우는 모습이다.
라이 후보는 지난 10일 밤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시진핑을 믿느냐, 대만을 신뢰하느냐의 선택으로, 유권자의 한 표가 대만의 미래와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는 말로 마 전 총통의 발언을 겨냥한 데 이어 11일에도 "평화에 대한 환상은 없다"고 언급했다.
양안 관계에서 시 주석을 무작정 믿는 우(愚)를 범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비쳤다.
그는 아울러 마 전 총통과 허우 후보가 주창해온 92합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여러 차례 원칙으로 제시해온 것으로, 결국 대만을 홍콩과 같은 상황으로 몰고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당이 집권하면 중국이 양안회담을 통해 대만과의 일국양제 실현에 이어 대만 내 민주화 요구를 잠재워 결국 '중국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날 대만의 EBC TV는 마 전 총통의 친시진핑 발언에 대해 "라이칭더가 길을 가다가 총을 주웠다"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민진당이 선거 막판에 호재를 챙겼다고 분석해 관심을 끌었다.
중도 성향인 민중당의 커 후보는 전날 "대만 독립과 양안 평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자주국방은 물론 동맹국과의 안정적인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면서 국방예산의 3% 증액을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기존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렸던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와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는 이날 저녁 신베이시 반차오구에서 마지막 유세전을 동시에 펼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신베이시는 허우 후보의 고향이다.
국민당은 반차오 제1운동장에서 유세를 벌이며 여기엔 5만 지지자가 운집해 세(勢)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대만 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친시진핑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마 전 총통은 국민당의 마지막 유세전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1㎞ 거리를 둔 반차오 제2운동장에서 집회를 열 예정인 민진당은 막판 공세로 국민당의 추격 의지를 꺾겠다는 심산이다. 민진당 역시 5만명이 유세전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 언론은 13일 총통선거 결과는 같은 날 오후 8시(한국시간 오후 9시)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jinbi100@yna.co.kr,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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