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이후 건설사 부도·법정관리행 줄이어
지방 분양시장도 매서운 한파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부도 처리되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소규모 건설사뿐 아니라 지역 수위권 중견업체도 잇따라 무너지면서 건설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 작년 12월 부도 건설업체 급증…줄줄이 법정관리행
14일 법원 공고와 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에만 건설사 10여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법원으로부터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새해 들어서도 인천 영동건설을 비롯한 건설사 4곳이 법정관리 신청 후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정식으로 회생 절차를 시작하기 전 당사자의 자산을 모두 동결하는 것이다. 법원 허가 없이 가압류나 채권 회수가 금지되고, 회사도 자체적으로 자산을 처분하지 못한다.
작년 12월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대부분 지방 중견·중소 업체들이다.
울산에서는 작년 12월 세경토건이 부산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울산 1위 토목·건축업체인 부강종합건설이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부강종합건설은 지난해 토건 시공능력 평가액이 1천450억원으로 전국 순위로는 179위 업체다.
세경토건은 지반조성·포장공사업, 철근·콘크리트공사업 등을 주력하는 전문건설업체로, 2022년 기준 공사대장 통보 실적이 대한전문건설협회 울산시회 소속 1천4개 업체 중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 회사는 만기가 돌아온 수십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막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역 1위 업체로 꼽히는 중견 건설사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수많은 하청업체들로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지역 업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 창원에서는 지난달 중견 건설사 남명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최종 부도 처리됐다.
남명건설은 함안 지역주택조합 공사 과정에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한 데 이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실패하자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만기어음을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명건설의 공사 미수금 누적액은 600억원에 달한다.
2023년 기준 남명건설의 시공 능력 평가액은 847억원으로 종합건설 시공 능력 전국 285위, 경남 8위 수준이다.
남명건설이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자회사 남명산업개발이 임대사업을 하는 김해시 소재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임대보증금 손실을 우려하며 조기 분양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부도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정지 건설업체,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는 제외)는 총 21곳으로 전년도에 비해 7곳(50%) 늘었다.
특히 매달 1∼2건 수준이었던 부도업체 수가 작년 12월에는 8곳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부도난 업체 8곳 가운데 6곳이 지방 건설사였다.
새해 들어서도 지방 건설업체 두 곳이 부도 처리됐다.
지방 건설업체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자금 조달이 힘들어졌고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도 상승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자금 조달 지원 방안 등 각종 대책을 발표했지만 수도권 대기업이 아닌 지방 업체들까지 그 효과를 피부로 느끼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 지방 분양시장도 '꽁꽁'…청약자 0명 단지도
지방 건설업체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위기에 내몰리는 가운데 지방 분양시장은 새해 들어서도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많은 단지에서 청약 미달 사태가 잇따르는 가운데 1·2순위 청약자가 전혀 없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9일 1·2순위 청약을 마감한 경북 울진군의 '후포 라온하이츠'는 총 60가구를 모집했지만, 신청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지난 10일 청약 접수를 마감한 충북 제천의 신백 선광로즈웰아파트는 209가구 모집에 2명이 청약했고, 부산 사상구에 지어지는 '보해 선시티 리버파크'는 208가구 모집에 17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hisun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