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장관·정치인들 '강제이주·유대 정착촌' 주장
美 "무책임한 선동 발언"…러 "추가 긴장 유발할 뿐"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제3국으로 강제 이주시키자는 이스라엘 정부 일각의 목소리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원국들이 12일(현지시간) 한목소리로 강한 우려를 표했다.
안보리가 상임이사국 간 입장 차로 가자지구의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를 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내모는 행위만큼은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이사국들은 시사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가자지구 바깥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재정착시킬 것을 촉구하는 일부 이스라엘 장관과 의원들이 발언을 우리는 명백히 거부한다"라고 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런 발언은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학대나 가자지구의 파괴를 요구하는 이스라엘 관리들의 발언과 함께 무책임하고 선동적이며 지속적인 평화 확립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 대사도 "영국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 바깥에서 재정착해야 한다는 어떤 제안도 강하게 거부한다"며 "영국과 동맹국들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가자를 벗어난 지역으로의 강제적인 이주나 재배치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관점과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평소 서방 측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러시아도 이날만큼은 이스라엘 일부 지도부 인사의 강제 이주 발언에 강한 거부감을 표명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강제 이주 발언에 대해 "이는 추가적인 긴장을 유발할뿐더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된 국제법적 기반을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보리 이사국이 된 한국의 김상진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도 "팔레스타인인이 자신들의 땅에서 살 수 있는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 팔레스타인인을 가자지구 바깥으로 소위 '자발적 이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이스라엘 고위 관료들의 발언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에서는 극우파 장관과 정치인을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을 가자지구 밖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그 자리에 유대인 정착촌을 재건해야 한다는 발언이 잇달아 나온 바 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전쟁 후 가자지구를 "장기 통제하려면 민간인이 있을 필요가 있다"며 가자지구로 유대인 정착민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정 내 대표적 극우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도 정당 신년모임에서 2005년 이전 가자지구에 있던 이스라엘인 정착촌인 '구시 카티프'를 재건하기 위해 가자지구 주민을 이주시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국제사회의 반발이 커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0일 해당 이슈에 대한 침묵을 깨고 "이스라엘은 가자를 영구적으로 점령하거나 그곳의 민간인들을 쫓아낼 의도가 없다"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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