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성장·기술력 입증 '성과'…기술 노출 방지·전시 통일성은 '숙제'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한 스타트업 10곳 중 3곳은 한국 기업이었다.
'혁신의 장'으로 불리는 CES에서 K-스타트업은 양적으로 성장했고, 기술 경쟁력도 입증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숙제를 남겼다.
13일 CES 한국 공식 에이전트인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CES 2024에서 부스를 운영한 한국 기업은 772곳으로 잠정 집계됐다. 개최국 미국(1천148곳)과 중국(1천104곳)에 이어 참가국 중 3위다.
국내 참가기업 중 약 66%인 512곳이 스타트업으로 분류됐다. 이는 지난해 273곳와 비교했을 때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스타트업 1천400여 곳이 참가했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K-스타트업 비중은 약 34∼36%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CES 2024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혁신상 3관왕에 오른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딥엑스는 CES 2024 기간 주목받은 스타트업 중 하나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는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수석 연구원 출신으로, 지난 10일(현지시간) AI 반도체 업계 대표로 CES 공식 패널 토크 'AI에서 어려운 영역: 하드웨어와 칩'에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그는 "1일에 AI 서버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2천 달러(약 263만 원)이지만, 엣지 AI 반도체는 많아야 10달러(약 1만3천 원) 수준"이라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AI 프로세서 개발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2021년 삼성전자[005930]에서 스핀오프(spin-off·분사)한 스튜디오랩은 인공지능 부문에서 단 둘뿐인 최고혁신상을 받았고, 블록체인 스타트업 지크립토는 오프라인 투표 시스템 '지케이보팅 폴 스테이션'으로 2년 연속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전자의수를 만든 '만드로'와 오디오테크 스타트업 가우디오랩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의 '엄지척'을 받기도 했다.
젊은 K-스타트업 창업자들이 CES 2024에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웹툰 작가를 위한 AI 웹툰 보조작가 '에이드'를 개발한 김지성 크림 대표는 2001년생으로 재학 중인 포항공대(POSTECH)의 지원을 받아 CES에 참여했다.
2년 연속 CES에 참가한 AI 포털 서비스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뤼튼)도 1996년생인 이세영 대표를 포함해 20∼30대 임직원이 주축을 이뤘다.
존 토머스 켈리 CTA 부사장 겸 CES 쇼 디렉터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매우 뚜렷했다"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ES에 참가하는 K-스타트업 다수는 투자 유치가 목적이다. 대기업과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는 물론 투자업계에서도 스타트업 전시관 '유레카 파크'에 있는 혁신적 아이디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시가 끝난 뒤 이른바 '카피캣'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한범 KICTA 상근부회장은 "중국에서 1만여 명이 CES를 찾았는데, 참가하러 온 사람도 있지만, 기술 조사를 하러 온 경우가 많다"면서 "기술이 간접적으로라도 유출되면 중국 시장에서 생산되기까지 한 달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해외 스타트업들은 상용화를 마치고 거래처 확보 또는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참가하는 곳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예를 들어 프랑스 로보틱스 기업 '레오보틱스'는 점프하는 자율주행 반려로봇으로 이목을 끌었는데, 스스로를 로봇을 주문·제작하는 '로봇 쇼룸'으로 지칭했다.
K-스타트업 기술보다는 지원 주체를 강조한 부스 배치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유럽 최대 스타트업 전시회 '비바 테크놀로지'를 운영하는 프랑스는 CES 2024에 스타트업 203곳을 보냈는데, 특유의 닭 무늬 로고를 한 부스들이 카테고리 단위로 묶여 있었다.
스타트업 강국으로 꼽히는 이스라엘, 네덜란드도 기술 종류에 따라 전시공간 배치가 이뤄졌다.
반면 한국은 지방자치단체 단위, 학교 단위로 부스가 묶이다 보니 기술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주도로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 대학교 등 총 32개 기관, 443개 기업이 참여하는 '통합 한국관'을 꾸리긴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프랑스는 국무총리실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면서 "CES를 총괄하는 부처를 중심으로 참가 기업 수는 유지하면서도 통일된 전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cd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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