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 앞 수천명 규탄집회…유권자 42% "해산 찬성"
정치권 갑론을박…"해산 시도하면 더 극우화" 지적도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해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독일 내에서 커지고 있다.
AfD 소속 정치인들이 이민자 수백만 명을 독일에서 추방하는 계획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NDR 방송과 일간 타게스슈피겔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저녁 함부르크에 있는 AfD 당사 앞에 2천여명이 모여 이민자 추방계획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베를린에 있는 연방총리실 앞에서도 350명이 집회를 열어 연방 정부와 의회에 AfD 해산 절차를 밟으라고 촉구했다.
AfD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10일 탐사매체 코렉티브의 보도로 촉발됐다.
보도에 따르면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의 고문이자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롤란트 하르트비히, 현직 하원의원 게리트 후이 등 AfD 소속 정치인 4명이 지난해 11월 포츠담의 한 호텔에서 네오나치주의자, 극우단체 '정체성 운동'(IB) 활동가 등과 함께 이민자 추방을 논의했다.
극우 활동가 마르틴 셀너는 이 자리에서 독일 시민을 포함해 이주 배경을 지닌 수백만 명을 독일 바깥으로 '재이주' 시킨다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했다. AfD가 집권할 경우 이런 계획을 어떻게 실행할지도 논의됐다.
반(反) 유럽연합(EU)과 반이민을 내건 AfD의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은 이전부터 있었다. '이민자 추방' 보도 이전인 이달 5∼7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설문 결과 응답자의 42%가 AfD 해산에 찬성했다.
작센·작센안할트·튀링겐 등 3개 주의 AfD 지부는 이미 확고한 극우주의 성향으로 분류돼 정보기관의 감시가 허용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당 해산 절차를 밟을지 논의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녹색당)은 "개별적 진술과 인물·조직을 면밀히 살펴보고 증거를 수집한 다음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마르쿠스 죄더 기독사회당(CSU) 대표는 "헌법상 커다란 장애물이 있을 것이다. 해산 절차는 상당한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독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정당을 헌법재판으로 해산할 수 있다. 1952년 사회주의제국당, 1956년 독일공산당에 해산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신나치 성향 국가민주당(NPD)에 대해 두 차례 해산이 청구됐으나 헌법재판소가 모두 기각했다.
정치권과 진보 진영에서는 최근 지지율 고공행진 중인 AfD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 그러나 오는 9월에 AfD가 득세하는 옛 동독 3개 주 선거를 앞두고 정당해산의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정당해산 청구부터 결정까지 3년 넘게 걸린 NPD 사례를 감안하면 올해 선거는 물론 2025년 연방의회 선거 전까지도 결론이 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스뵈클러재단의 안드레아스 회퍼만은 정당해산 절차가 진행될 경우 기존 지지자들은 더욱 극단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