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총리 "푸틴과 유사한 공격"…국제사회, 진상규명 촉구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세르비아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과 정부의 코소보 정책을 비판해온 야당 지도자가 체포·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세르비아 군소 야당인 공화당의 당수 니콜라 산둘로비치(61)는 지난 3일 자택에서 한 무리의 남성들에게 끌려갔다.
그는 다음 날 얼굴과 온몸 곳곳이 멍들고 갈비뼈가 부러진 채로 집으로 돌아와 잠시 입원했다가 다시 체포돼 수도 베오그라드에 있는 군사 시설에 수감됐다.
딸 카를라는 지난 10일 가족 면회를 다녀온 뒤 "아버지는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몸의 오른쪽이 완전히 마비돼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며 "건강 상태가 위태롭다"고 말했다.
베오그라드와 영국 런던에 있는 산둘로비치의 법률팀은 "산둘로비치가 세르비아 정보기관에 체포된 뒤 자의적으로 구금돼 고문을 당했다"며 최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세르비아 정보국(BIA)은 산둘로비치가 인종적 증오를 선동한 혐의로 구금된 것은 맞지만 그에게 폭력을 가한 적은 없다며 구타 의혹을 부인했다.
산둘로비치는 부치치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고,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한 코소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한 야당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 2일 아뎀 야사리의 묘역에 화환을 놓는 동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야사리는 코소보 독립을 위해 투쟁한 코소보 해방군 창설자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했지만, 세르비아는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산둘로비치는 자신이 "무고한 알바니아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온 세르비아의 유일한 정치인"이라며 "나는 이 일을 저지르지 않은 세르비아인들을 대신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세르비아 국영 언론은 산둘로비치의 행동을 맹비난했고, 다음 날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산둘로비치는 국가, 인종, 종교적 증오를 선동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부치치 대통령은 2017년 집권 이후 사법부와 언론을 장악하고 억압적인 통제를 벌이는 등 권위주의 성향을 보여왔다. 또한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으면서도 코소보와의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는 이번 사건이 "집단학살 부정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격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세르비아 측에 추가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세르비아 정부에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아나 피소네로 EU 집행위 국제파트너십 담당 대변인은 "우리는 모든 시민의 권리가 지켜지기를 기대한다"며 "모든 구금은 합리적 의심에 근거해야 하며, 믿을 만한 폭력 혐의는 효과적으로 후속 조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