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뜨거운 선거 마친 대만시민들 "존중해야죠. 민주사회잖아요"

입력 2024-01-14 17:53  

[르포] 뜨거운 선거 마친 대만시민들 "존중해야죠. 민주사회잖아요"
지지 대선 후보 안돼 아쉬움 표하면서도 대부분 "민주적 선거" 평가
라이 당선인 득표율·과반의석 정당 부재 지적하며 "협치하라는 뜻"
'2030 커원저 열광' 거듭 확인…"4년 후 총통 당선 가능성 더 커질 것"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이번 선거 결과를 존중해야죠. 민주사회잖아요."
전 세계 이목을 끌었던 총통 선거(총선)와 입법위원 선거(총선)가 치러진 다음 날인 14일 오전 대만 최고학부인 국립대만대학교가 있는 타이베이시 뤄쓰푸루 일대에서 기자가 인터뷰한 시민들 대부분은 자기가 지지한 후보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선거 결과에 이처럼 말했다.
인근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던 40대 지모 씨는 기자에게 "이번 선거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지씨는 누구를 지지했는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야당 총통 후보 단일화 실패로 본인이 원하는 후보자가 당선되지 못했다고 말한 걸로 봐선 국민당 허우유이 또는 민중당 커원저 후보 지지자로 보였다.
그는 "선거 결과에서 이번 선거가 민주적으로 치러졌다는 것을 봤다"면서 대만은 민주사회이니 이번 선거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표 결과를 보면 후보자 한명 독식이 아닌 후보자 세 명이 비교적 고른 지지율을 획득했고, 입법위원 선거에서 3당 모두 의석 절반을 넘기지 못해 민진당도 거대 여당이 아니므로 "여야가 반드시 협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씨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해서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당선인이 현상 유지 노선을 걷지 않겠냐면서 "아무래도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도로에서 광고를 보던 50대 양모 씨도 기자에게 "선거 결과에 대해 조금 실망했지만, 마음이 아플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이번 선거 결과를 존중해야죠. 민주사회잖아요"라고 했다.
양씨 역시 각 후보자 득표율을 언급하면서 라이 당선인이 이같은 결과를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입법위원 선거에서 민진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만큼 야당이 협력해 민진당을 견제 및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라이 당선인의 미·중 외교에 대해서는 "사실상의 친미 반중의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안 간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걱정은 조금 되지만 다행히 집권당이 입법위원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해 그런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씨는 자신이 국제 비즈니스 업계에 근무한다고 소개하면서 "라이 당선인이 독립을 선포하려고 하면 아마도 미국이 이를 만류할 것으로 여긴다"고도 했다.
딸과 함께 길을 가던 50대 장모 씨는 허우유이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50대 사업가인 장씨는 물가 상승 등으로 경기가 안 좋은데도 중국 관광객에게 대만 방문을 개방하는 대신 외국인 관광객에게 5천 대만달러(약 21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등 현 정부가 퍼주기에 바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라이 당선인이 독립을 선포하거나 미군의 대만 주둔 같은 일련의 행동만 없으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30대 차이 씨는 커원저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뜻을 라이 당선인에게 전했다면서 "라이 당선인이 우리 목소리를 정국 운영에 반영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입법위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당이 없어 과거 민진당이 행정권과 입법권을 휘둘렀던 데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익명을 요청한 한 70대 남성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만족한다"면서 라이 후보를 찍었다고 밝혔다.
이어 후보자 세 명의 표가 고르게 나오며 민주적으로 선거를 마친 데 대해 만족한다고 설명하면서도 말을 아꼈다.
횡단보도에서 만난 추모(40대) 씨는 호적이 중부 타이중이라서 투표하지 못했다며 라이 당선인에 대해서는 "행정원장(총리) 시절 당시 내정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박한 평가를 했다.
하지만 추씨는 "이번 선거가 민주적인 선거였다"면서 "모두가 공평하게 자기 뜻을 반영한 것 같은 점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대학생 두 명은 "우리 집은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모두 민진당 열성 지지자"라며 부모님은 모두 라이 후보를 찍었지만, 본인들은 커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커 후보가 대선에 처음 참가해 26.44%라는 득표율이라는 좋은 결과를 이뤄냈다며 좀 더 노력하면 4년 후 대선에서 당선 확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출근길이라는 20대 우모 씨도 커 후보에게 투표했으나 당선되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민주사회이므로 선거 결과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우씨는 입법위원 선거 결과도 민중당에 나쁘지 않아 앞으로 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inbi1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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