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측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공익적 목적"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평소 관람객에 치여 5분도 채 못 보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명작 '모나리자'가 주말인 지난 13일(현지시간) 밤 온라인 스트리밍에 등장했다.
프랑스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 에투알(Etoiles)이 현장에서 진행하는 '박물관의 밤'이란 실시간 생중계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동영상 플랫폼 트위치를 통해 방송된 이날 루브르 박물관 편에선 프랑스 유명 인플루언서와 미술 강사가 함께 등장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비롯해 '사모트라케의 니케', 파올로 베로네세의 '가나의 결혼식' 등 박물관의 대표작이 소개됐다.
작품과 작가에 얽힌 일화까지 강사가 친절히 설명해줘 방 안에서 '가이드 투어'를 듣는 느낌이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영어와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자막이 제공된 이날 루브르 편은 3시간 조금 넘는 동안 약 4만명이 누적 접속하는 성공을 거뒀다.
루브르 박물관이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에게 박물관 문을 개방한 건 홍보 차원은 아니다. 이미 루브르 박물관은 넘치는 관람객 수를 조정하기 위해 2021년 하반기부터 하루 관람객 수를 3만명으로 제한했을 정도다.
대신 코로나19 이후 가속하고 있는 온라인 소통 확대 차원으로, 박물관에 올 수 없는 이를 위한 공익적 측면이 크다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소셜네트워크 팀은 "관객에게 다가가 그들을 문화에 더 가까운 세계로 초대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에투알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프로그램을 다시 본 네티즌 가운데엔 "시골에 살다 보니 큰 미술관을 방문할 기회가 없다"며 환영의 댓글을 단 사람이 많았다.
이번 루브르 편이 방송된 이후 박물관의 인스타그램 계정엔 4천명, 트위터에는 1천500명의 팔로워가 추가됐다.
실시간 스트리밍을 위해선 꼼꼼한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루브르 박물관의 경우 박물관이 문을 닫는 토요일 저녁으로 콘텐츠 제작자들과 시간을 맞춰야 했고 미로 같은 박물관 내에서 동선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짜야 했다.
건물이 오래되다 보니 스트리밍이 끊기지 않도록 인터넷 접속 환경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한 기술적 문제였다고 한다.
인플루언서들에게 박물관 문을 연 건 루브르뿐만이 아니다.
루브르 박물관에 앞서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등이 에투알의 '박물관의 밤'에서 소개됐다.
베르사유궁전은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을 전문으로 하는 인플루언서들과 협력해 별궁 중 하나인 프티 트리아농 경내에서 소개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퐁피두 센터의 소셜미디어 매니저 타라 벤베니스트는 "우리에게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광고를 위한 게 아니라 작품과 프로그램에 색다른 관점을 불어넣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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