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발로 대통령 '대만 단교후 중국 수교' 우려 때문…라이칭더 총통 취임식 초청장 전달
"대만과 수교 계속" 약속에도 못믿는 기색 역력…남태평양 나우루도 선거 이틀만에 단교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대만 당국이 지난 13일 총통 및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일에 우자오셰 외교부장을 과테말라에 급파한 속사정이 관심을 끈다.
대만 측이 우 부장을 보낸 것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과테말라가 우여곡절 끝에 잡은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과테말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과테말라는 대만 선거 직후 이뤄진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의 단교로 남은 12개 대만 수교국 중 가장 비중 있는 국가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해온 아레발로 대통령 당선으로 대만은 과테말라 변심을 우려해왔다. '대만과 단교 후 중국과 수교' 가능성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은 취임 이전 아레발로 대통령 당선인을 설득하는 데 전력을 다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대만 유력지 자유시보는 "지난 13일 오전 5시(이하 현지 시각) 우 부장이 과테말라에 도착했으며 같은 날 오후 아레발로 대통령을 만났고, 취임식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아레발로 대통령은 예정보다 9시간가량 늦은 15일 0시께 과테말라시티에 있는 국립극장인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 문화 센터에서 취임식을 했다.
이 신문은 우 부장이 현지에 도착했을 즈음 대만 총통선거 집계 결과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총통 당선이 사실상 확정돼 과테말라 현지 유력 인사들과의 만남이 수월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레발로 대통령이 대만과의 수교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면서 "우 부장은 5월 20일 예정인 라이칭더 총통 취임식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장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대만은 '안심'하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외교 전문가로 통하는 아레발로 대통령이 이미 후보 시절부터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 필요성을 강조해왔고, 작년 6월 현지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서다.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전 과테말라 대통령은 친대만 행보를 이어왔으나 실리 추구를 위해 아레발로 대통령이 변심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관측이 있었다.
그간 중국은 '금전 외교'로 대만의 수교국 끊어내기를 해왔다. 경제적 대가를 제시하며 '대만 단교 후 중국 수교'를 압박하는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 결과 2016년 차이잉원 대만 총통 집권 이후 지금까지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엘살바도르,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니카라과가 줄줄이 대만과 관계를 끊었다.
이어 작년 3월에는 대만과 82년간 외교관계를 이어온 온두라스가, 그리고 전날 나우루가 대만과 단교를 선언하고 중국과 국교 회복 의지를 밝혔다.
대만 내에선 과테말라 변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과테말라가 미국의 중미 일자리 창출 투자 '수혜국' 중의 하나로 미국 영향권이라는 점에서 중국에 급격히 기울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대만 당국이 과테말라 새 정부에 공들이기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현재 대만 수교국은 과테말라와 파라과이 이외에 교황청, 벨리즈, 에스와티니, 아이티, 팔라우, 마셜제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등 12개국이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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