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발표 이후 한미약품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겸 한미사이언스[008930] 대표이사는 OCI그룹과 통합으로 취득한 현금을 수천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하는 데 쓸 예정이다.
지난 2020년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128940]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2021년 3월 부인인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송 회장은 고 임 회장이 보유하던 한미사이언스 주식 2천308만여주(지분율 34.29%)의 약 30%에 해당하는 699만여 주를 상속받았다. 이에 따라 송 회장은 총 784만여주를 보유하게 돼 지분율이 기존 1.26%에서 11.65%로 높아졌다.
고 임 회장 부부의 세 자녀인 임종윤·임주현·임종훈 한미약품 사장도 상속에 따라 고 임 회장 주식의 약 15%씩을 상속받았다. 이에 따라 이들의 지분율은 각각 8.92%, 8.82%, 8.41%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발생한 상속세는 약 5천400억원 규모로, 송 대표와 자녀들이 약 3년간 이를 납부했으나, 아직 2천억원 이상이 남은 상태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미그룹이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경영권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이어졌고, 내부에서도 오너가 관계가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임종윤 사장은 모친인 송 회장과 2020년 9월부터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한미사이언스를 이끌었으나, 2022년 3월 주주총회에서 임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임 사장은 한미약품그룹의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사장으로서 지위를 유지했지만, 주권 거래가 정지됐던 바이오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개인 회사인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코리그룹을 운영하는 등 모친 및 형제와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그 사이 한미 내부에선 지난해 7월 장녀인 임주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자리에 오르면서 송 회장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내홍은 OCI[456040]와 통합을 발표한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바깥으로 터져 나왔다.
통합이 발표된 다음 날인 13일 임 사장이 코리그룹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이번 통합 관련해 어떤 고지나 정보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며 가처분 신청 등을 예고한 것이다.
또 한 경제 매체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상속세 문제로 일이 이렇게까지 커진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며 "Dx&Vx와 코리그룹 등을 활용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친과 동생에게 수없이 제시했지만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임 사장은 이번 통합은 하나의 사례일 뿐, 고 임 회장 작고 이후 지난 3년간 독단적인 결정이 이어져 왔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통합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과 경영권 분쟁이 주가 변동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희영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상속세 우려가 해소되는 점, OCI홀딩스[010060]가 27% 최대 주주가 되면서 지배구조 개선 및 추후 현금 흐름 확보에 유리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면서도 "한미사이언스 형제 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과 관련해서 향후 진행 상황 모니터링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오너 일가 지분에 대한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우려가 일단락된 점은 긍정적이나, 임 사장의 반발로 인해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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