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행렬 수 킬로미터"…반일감정 고조 속 하얼빈 관광 필수 코스로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중국 침략 일본군 731부대 죄증(罪證·범죄증거) 진열관'이 혹한 속에서도 몰려드는 참관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중국중앙TV(CCTV)가 16일 보도했다.
CCTV는 최근 이 진열관을 찾는 방문객이 급증했으며 영하 20도를 밑도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기다리는 행렬이 매일
수 킬로미터에 달한다고 전했다.
하루 입장객을 1만2천 명으로 제한하고 있어 일부는 오랜 시간 기다린 뒤에도 참관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진열관은 혼잡을 피하고, 참관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예약제를 시행했다.
또 문을 닫던 월요일에도 정상 개방하고 금·토요일은 폐관 시간을 종전 오후 5시 30분에서 오후 7시까지로 연장했다.
예약하지 않은 방문객들은 긴 줄을 이뤄 대기하다 입장하더라도 731부대의 만행을 고발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뒤 주요 시설만 제한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누리꾼들은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혹한 속에서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수 킬로미터 되는 대기 행렬을 지키고, 새치기하는 사람도 없다"며 "진열관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따뜻한 차 한잔으로 추위를 녹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누리꾼은 "하얼빈의 바깥 추위는 상상하는 그 이상"이라며 "진열관을 방문하려면 반드시 예약할 것을 권한다"고 썼다.
중국 빙설제의 원조인 하얼빈에는 작년 말부터 중국 전역에서 겨울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위안단(元旦·1월 1일) 연휴인 작년 12월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304만7천900명의 관광객이 방문, 59억1천400만 위안(약 1조923억원)의 관광 수입을 올려 이 기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81만㎡의 행사장에 고대 건축물과 탑 등 다양한 얼음 조형물을 세우고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화려한 야경을 연출하는 제40회 하얼빈 빙설제가 지난 5일 개막하면서 관광객이 더욱 늘었다.
하얼빈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731부대 죄증 진열관은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에 나선 것을 계기로 반일 감정이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731부대는 중국을 침략한 일본 관동군이 1930년대 하얼빈에 세워 생체 실험 및 세균 실험을 통해 세균전 무기를 생산한 비밀 생화학 부대다.
중국 측 자료에 따르면 731부대는 무고한 중국인과 조선인, 소련인 등 3천 명 이상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이 부대 시설 대부분을 폭파했다.
중국은 2001년 원형을 유지하던 이 부대 본부 건물을 731부대 진열관으로 운영하다 2015년 8월 부대 주둔지였던 동쪽에 새로 진열관을 건립해 재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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