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긴장 책임 미·이스라엘에 돌리며 전쟁중단 촉구
"후티 반군 공격은 미국의 전략적 실수" 주장도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멈춘다면 이스라엘과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 등을 겨냥한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들의 공격도 멈출 것이란 이란 외무장관 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 고조는 이스라엘과 미국 탓이라고 비판했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가자지구에서의 집단학살이 멈춘다면, 이건 역내의 다른 위기와 공격들도 멈추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작년 11월 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에 1주일간의 휴전이 성사되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한 바 있다고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강조했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이 해를 넘겨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동 내 반(反)이스라엘 세력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게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의 주장이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은 해법이 아니며 하마스를 파괴할 수 없을 것이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해법은 매우 명확하다. 전쟁을 멈추고 인도적 통로를 열고,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를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헤즈볼라의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에게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멈추면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 대한 공격을 멈추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지지하고, 예멘 후티 반군을 공격한 것은 '전략적 실수'라고 주장했다.
또, 홍해와 오만만, 페르시아만 안보는 이란에도 중요한 문제라며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실질적 평화합의'에 다가서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미·반이스라엘 무장세력 연합체 '저항의 축'의 일원인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은 작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하자 각각 이스라엘 북부와 홍해를 공격하며 군사적 긴장을 높여왔다.
특히 후티 반군은 수십차례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등 수에즈운하와 연결된 홍해 무역로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함대는 이달 12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후티 반군의 예멘 내 군사시설을 폭격했지만, 후티 반군은 민간 상선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직접적 개입을 꺼리던 이란도 이달 15일 이라크 내 이스라엘 첩보시설을 탄도미사일 등으로 공습하고 16일에는 파키스탄 내 시설을 폭격했다고 밝히는 등 무력을 과시했다.
이라크 정부가 이란과의 안보협정 중단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하는 데 대해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이라크의 쿠르드자치지역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 모사드의 활동에 대해 이라크와 정보를 (사전에) 공유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 대한 공습과 관련해서도 "이란 테러단체인 자이시 알아들이 표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우호적인 형제의 나라 파키스탄의 국민 중 누구도 이란 미사일과 무인기(드론)의 표적이 아니었다"면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파키스탄 관리들과 수차례 논의한 바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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