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에 사는 탈북민 자매가 강제 북송된 막냇동생을 구해달라며 런던 거리에서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낮 런던 남서부 외곽 뉴몰든 중심가에서 만난 김규리·유빈씨 자매는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동생 철옥이가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달라"며 행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철옥 씨는 중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다 지난해 10월 9일 북한으로 송환된 뒤 소식이 끊겼다고 했다.
이들 자매는 '북한 주민의 강제 북송을 멈춰 달라'고 영어로 적은 손팻말을 들고 런던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 서명과 함께 철옥 씨의 구명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다.
이들은 편지에 "중국 정부의 북송 조처로 탈북 여성의 가정이 해체되고 아이들이 엄마를 잃게 됐다"며 "중국에 가족이 있는 탈북 여성들과 모든 탈북민에게 자유를 보장해달라"고 적었다.
또 "중국에서 임신한 탈북 여성들이 북송되며 중국인 자녀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고문, 강제 낙태 등의 인권 침해를 당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봐달라"고 요청했다.
규리 씨는 "며칠 전부터 먼저 온라인으로 서명받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200명이 넘었다"며 "온·오프라인으로 서명을 더 받아서 다음 주에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에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규리 씨는 사람들에게 동생이 처한 상황을 얘기할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사연을 듣고서 이들 자매를 꼭 끌어안거나 기도해주고 지역 교회나 의원을 찾아가 보라고 조언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씨 자매에 따르면 철옥 씨는 1998년 탈북한 뒤 브로커에게 속아 나이 많은 중국 남성과 결혼해 16세에 딸을 낳았고 이후 서로 생사를 모르고 지내다가 최근에야 우연히 연락이 닿았다.
철옥 씨는 영국에 오라는 권유에 응하지 않다가 작년 초 신분증이 없어서 코로나19 치료를 못 받는 일을 겪고 중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작년 4월 출발 2시간 만에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고 한다.
그동안 영국에서 자리를 잡느라 정신 없이 살았던 자매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 지난해 말부터 영국 하원과 뉴욕의 유엔본부를 찾아 동생의 사례를 알렸다.
규리 씨는 "동생이 25년간 중국에 살며 우리 말도 거의 잊었는데 이 추위에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다"며 "동생이 잡히고 얼마 후 조카가 출산해 아기가 어린 데다 중국어만 할 줄 알다 보니 이렇게 애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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