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 형제나라' 파키스탄도 때린 이란…"보여주기용 무력과시"

입력 2024-01-18 11:42   수정 2024-01-18 17:40

'핵보유 형제나라' 파키스탄도 때린 이란…"보여주기용 무력과시"
이란내 폭탄테러 후 국내외 여론 달래면서 美·이스라엘에 겁주기 메시지
이란 국방 "위협에 강력히 대응"…중동서 추가분쟁 의도는 크지 않은듯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이 테러 대응을 명분으로 파키스탄 등 주변국들에 잇따라 미사일을 쏜 것은 이스라엘을 비롯한 적대세력에 보여주려는 '과시용 공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이란의 무력행사로 중동 정세의 긴장이 한층 고조됐지만 실제 확전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
이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역 에르빌 인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첩보본부와 테러단체들을 탄도미사일을 파괴하고 같은 날 시리아에 있는 테러조직들도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 뒤인 16일에는 파키스탄에 위치한 이란의 수니파 분리주의 무장조직 '자이시 알아들'의 근거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등 친이란 세력들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도발적 행위를 해왔는데 이란이 직접 군사 행보에 나서면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핵무기를 보유하고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파키스탄까지 공격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이란의 잇단 주변국 공격에 대해 "이란이 위협에 맞서 수동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강경한 지지자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이런 노림수는 모하마드 레자 아슈티아니 이란 국방장관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아슈티아니 장관은 이날 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세계에서 미사일 강국"이라며 "어느 곳에서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위협하든지 우리는 대응할 것이고 이 대응은 비례적이면서 가혹하고 강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이란의 무력 과시는 국내 보수파들과 외국의 군사 동맹들을 안심시키고 이스라엘과 미국, 테러단체들에 경고하는 것이라고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가까운 이란인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란 권위주의 정권의 지지자들은 최근 이란이 공격을 받아 약한 것처럼 보이는 것에 분개하면서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대규모 폭탄테러와 관련한 국내외 여론을 의식해 주변국들을 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이란에서는 미국에 암살된 국민영웅 가셈 술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폭탄이 터져 100명 가까이 숨졌다.
이슬람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 사건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을 배후세력으로 의심하면서 보복을 경고해왔다.
지난 11일 이란 정보당국은 폭발물 테러의 범인이 이스라엘계라며 공범을 30여명 검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 내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미사일 공격이 역내 적대 세력들에게 보내는 경고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이란의 분석가 루홀라 아흐마드자데 케르마니는 16일 소셜미디어에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이스라엘이 전략적 실수를 한다면 앞으로 25개월이나 수년이 아니라 25일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다만 이란이 가자지구 전쟁을 대규모 중동전쟁으로 확대하려는 의도는 아직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NYT는 "모든 미사일 발사와 호전적 말들에도 이란은 역내 분쟁을 추가로 부추길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긴장 고조 상태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라엘, 미국 또는 그 동맹국들과 직접 싸우지 않으면서 겁을 주는 공격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란 정부도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반발하는 주변국들을 무마하려는 분위기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7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파키스탄 공습에 대해 "우호적인 형제의 나라 파키스탄의 국민 중 누구도 이란 미사일과 무인기(드론)의 표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테러단체들을 겨냥한 공습이었다고 해명하며 파키스탄에 친밀감을 보여주려고 '형제의 나라'라는 표현까지 쓴 것이다.
파키스탄과 이라크는 각각 이란 주재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하는 등 이란의 미사일 공습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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