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고전·서방 지원 난항 속 '지원 반대' 트럼프 복귀는 추가 악재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2년 가까이 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서방의 추가 군사 지원도 난항을 겪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우크라이나 원조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보다 우위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에 승리, 복귀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최대 후견인인 미국을 잃고 러시아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 와중에도 자리를 비우고 지난 16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전 세계의 지원을 호소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대한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17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기자들에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미국과 트럼프가 이후 무엇을 할 것이냐"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우려고 하면서도 그런 전망에 대해 다소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 사람이 나라 전체를 바꿀 수 없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우크라이나의 군사 작전이나 향후 러시아와의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한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라면 그 전쟁을 하루 안에 끝낼 것이다. 24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백악관 복귀 시 우크라이나전에서 발을 빼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난 대선 당시 불거졌던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측간 내통 의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로 인해 집권1기 발목이 잡힌 바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볼로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매우 똑똑하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등 친밀감을 과시해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추가 군사 지원이 표류하는 상황에서 미 대선이 향후 우크라이나전의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러시아군과의 지상전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등을 동원한 러시아군의 공습도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서방 원조 무기가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추가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614억 달러·약 81조원)와 이스라엘(143억달러·약 19조원) 군사 지원 등을 패키지로 묶은 1천50억 달러(약 138조원) 규모의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4∼2027년 우크라이나에 총 500억 유로(약 71조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친러 노선의 헝가리가 반대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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