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이탈리아 대법은 최근 논란을 빚은 '파시스트 경례' 자체가 범죄는 아니라고 판결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탈리아 대법원은 이날 2016년 한 행사에서 파시스트 경례를 한 혐의로 기소된 신파시스트 행동대원 8명에 대한 재판에서 공공질서를 위협하거나 파시스트 정당 부활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는 한 파시스트 경례 자체를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파시스트 경례는 파시스트의 상징인 로마식 경례(손바닥을 아래로 한 채 팔을 곧게 뻗는 경례)로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통치 시절에 쓰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달 초 로마 시내에서 일어난 파시즘 추종자 수백명의 파시스트 경례로 사회적 논란이 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파시스트 추종자 수백명은 지난 7일 저녁 로마 시내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전신인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옛 본부 건물 앞에 모여 파시스트 경례를 했다.
FdI는 MSI의 로고였고, 무솔리니 영혼을 상징하는 삼색 불꽃 문장을 당의 로고로 하고 있다.
이 장면을 찍은 동영상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면서 야당 등이 반발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네오파시즘을 추종하는 이탈리아 극우 정치단체로 이번 행사를 주최한 '카사파운드'(CasaPound)는 이번 판결을 "역사적인 승리"라며 크게 반기면서 앞으로도 파시스트 경례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대법원이 공공질서와 파시스트 정당 부활 목적만 아니면 파시스트 경례 자체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를 다시 남김으로써 이탈리아 내 우경화 논란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솔리니 통치 아래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은 이탈리아는 전후 파시즘을 찬양하거나 파시스트 활동을 처벌하는 법안을 채택했으나 적용 조건이 매우 엄격해 사실상 사문화됐다.
1957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이 법의 적용 범위가 "이탈리아의 파시즘 복원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만 적용된다"고 규정했다.
이후 법 개정 논의가 이어졌으나 그때마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극우 세력의 반발에 부닥쳐 좌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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