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중국 경제의 부진에 기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국 경제가 불황과 절망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단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 경제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의 소비지출이 매우 낮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가계의 소비지출이 낮은 이유로 당국이 금융시장에 개입해 왜곡하는 '금융억압'을 들었다.
가계의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늘린 뒤 정부와 공기업이 이를 싼 이자로 빌려 사용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소비자 입장에서도 사회 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금껏 중국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GDP의 40%를 초과하는 투자 덕분이었다는 것이 크루그먼 교수의 지적이다.
다만 2000년대 초처럼 중국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상황에서는 GDP의 40%가 넘는 높은 투자가 지속 가능할 수 있지만, 중국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현금을 비축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소비 지출을 늘리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국영기업 등 권력과 가까운 세력들이 금융 억압을 통해 이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산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도자들은 사회 안전망 강화에도 큰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 당국이 소비 지출을 늘리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는 이야기다.
크루그먼 교수는 1980년대 일본이 경제 불황 속에서도 사회 정치적으로 결속력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소개한 뒤 "중국은 그렇게 못 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문제에 직면한 중국이 얼마나 내부적으로 결속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내부 혼란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군사적으로 무모한 행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의 경제 부진을 고소해하지 말자. 모든 사람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칼럼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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