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권차관 "北정권, 주민복지 투자 안하고 탄도미사일 발사"
탈북민 관객 "국제사회, 중국이 탈북민 북송 못하게 압박해야"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북한 주민의 험난한 탈북 과정을 생생하게 다뤄 국제 영화상까지 받은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상영됐다.
이 영화는 3대가 함께 중국, 베트남, 라오스,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탈출한 한 가족과, 북한의 아들을 한국으로 데리고 오려는 한 어머니의 사연을 담았다.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매들린 개빈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받았고, 시드니영화제에선 최우수 국제 다큐멘터리 관객상을 받았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 예비후보에도 선정됐다.
국무부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날 국무부 직원과 북한인권 활동가, 탈북민, 김준구 주미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비롯한 주미외교단이 참석한 가운데 상영회를 개최했다.
국무부의 우즈라 제야 민간안보·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은 개회사에서 "우리가 더 나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는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며 "미국에 있는 우리가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제야 차관은 북한의 여러 인권침해 사례를 열거하고서는 "국제사회가 이런 인권침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계속 이런 문제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잘못한 이들의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 정권은 주민의 복지에 투자하는 대신 위성을 발사하고 탄도미사일을 시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서 북한이 인권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줄리 터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 영화는 북한 난민이 여러분과 제가 매일 누리는 자유를 얻기 위해 거쳐야 하는 험난한 여정을 훌륭하게 포착했다"며 영화를 계기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를 대표해 행사에 화상으로 참여한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세계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위기에 집중된 가운데 북한인권 문제가 잊힌 위기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대사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프랑스 민중이 자유를 위해 봉기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주제곡 '민중의 노래' 첫 구절을 불러 웃음을 자아냈다.
터너 특사는 영화가 끝난 뒤 탈북민 출신인 김두현씨, 북한인권정보센터 송한나 국제협력관, 한반도 전문가로 영화의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수미 테리 박사와 대담을 진행했다.
김두현씨는 관람 소감으로 "이 영화는 저의 탈북 이야기처럼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가혹한 실상을 조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탈북민을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않도록 미국과 국제사회가 강하게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테리 박사는 자기가 이 문제에 대해 수년간 글도 쓰고 의회 증언도 했다면서 "하지만 영화만큼 사람들에게 진짜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매체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2014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다룬 영화를 제작한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전례가 있고, 다큐에 중국에 비판적인 내용도 있어 영화 배급사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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