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분열·거센 시위…다중압박 처한 '마이웨이' 네타냐후 정부

입력 2024-01-20 16:59   수정 2024-01-21 13:29

내각 분열·거센 시위…다중압박 처한 '마이웨이' 네타냐후 정부
인질 가족들 "인질 석방 노력 미흡" 고속도로 점거시위
전시내각 관료는 네타냐후 책임론 제기하며 총선 실시 주장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에 대한 국제사회 분노도 점점 커져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국제 사회의 휴전 압박에도 불구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소탕을 목표로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그가 이끄는 우파 정부에 대한 압박이 도처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진단했다.
NYT는 19일(현지시간) 정부의 인질 석방 노력이 미흡하다고 규탄하는 거센 거리 시위와 전시내각 내 불화로 네타냐후 정부가 어려움에 직면했다면서 "전쟁이 발발한 지 거의 15주가 흐르면서 가자지구 처리 방향을 놓고 이스라엘 내 분열이 점점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완전한 승리를 달성할 때까지 전력을 다하겠다며 2025년까지 전쟁을 지속할 가능성을 최근 언급했다.
또 전후 계획과 관련해선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을 반대하면서 '2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으로 공존하는 구상)을 주장하는 우방국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위대와 전시 내각의 분열상은 네타냐후의 '마이웨이' 행보를 둘러싼 이스라엘 내 불만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의 가족들과 그 지지자들은 19일 동이 트기 전에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의 한 고속도로를 부분적으로 차단하고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고 규탄했다.
현지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한때 체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NYT는 이 시위에 대해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데 실패한 정부를 둘러싼 이스라엘 대중의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질들의 가족 수십명은 이날 북부 카이사리아에 있는 네타냐후 총리 사저 앞으로 몰려가 밤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에 침투해 약 240여명을 납치했는데 이 중 100여명은 협상을 통해 11월 풀려났지만 아직 130여명이 가자지구에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가자지구에서 포성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추가적인 인질 석방 협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구 휴전을 조건으로 내걸고 협상에 임하던 하마스는 지난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에서 하마스 전체 서열 3위로 평가받는 살레흐 알아루리 정치국 부국장이 사망하자 관련 논의의 중단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의 전·현직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도 네타냐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의 타미르 파르도 전 국장은 19일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해 "하마스를 제거한다는 것은 뻔뻔한 거짓말"이라며 인질을 남겨두고 전쟁이 끝난다면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처음으로 전쟁에서 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 하루 전인 18일에는 전시내각의 각료로 활동 중인 가디 아이젠코트 크세네트(의회) 의원이 이스라엘 방송과 인터뷰에서 하마스와 협상만이 인질들을 풀려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마스의 공격에서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분명한 책임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있다며 수개월 내 새로운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도 말했다.
아이젠코트 의원은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이고 그의 아들은 최근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 전사했다.
NYT는 아들을 전장에서 잃었다는 점에서 아이젠코트 의원의 발언이 이스라엘서 무게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극우파 정치인들은 군사적으로 하마스를 계속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이젠코트 의원을 비롯한 야당 정치인들은 하마스와 협상이 필요하다며 대립하는 형국이다.
이런 이스라엘 정치권 내 긴장뿐 아니라 네타냐후 정부는 가자지구 파괴와 민간인 희생에 대한 국제적 분노와도 씨름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롯한 가까운 동맹들 사이의 분열도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8일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와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 데 반대하며 이런 뜻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의 이 발언은 2국가 해법을 모색하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우려를 샀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네타냐후 총리의 언급이 최종적인 발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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