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시민들 "재앙 향하는 전시내각…인질 모두 죽게 만들 것" 성토
가자지구 곳곳선 치열한 전투 지속…사망자 2만5천명 육박
이스라엘군 "인질 억류됐던 땅굴 발견…미사일 제조시설도 파괴"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서 인질 귀환과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휴전 협상의 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인한 총사망자가 2만5천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20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귀환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위한 조기총선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텔아비브 중심가 하비마 광장에서 행진했으며 일부는 네타냐후 총리를 "악의 얼굴"이라고 비난하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즉각적인 총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 당장 나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텔아비브 시위에 참가한 아비 룰루 샴리즈는 AFP에 네타냐후 총리의 전시내각이 재앙을 향해 가고 있다며 "우리가 가고 있는 방식으로는 모든 인질이 죽게 될 것이다. 그들을 풀려나게 하는 것이 너무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12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오인 사격으로 숨진 이스라엘인 3명 중 한명인 알론 샴리즈의 아버지다.
다른 시위 참가자 도르 엔도브는 이스라엘 정부가 전쟁을 멈추고 인질들을 데려와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해 "그는 정말 이 전쟁을 계속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날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와 예루살렘이 있는 총리 관저 근처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을 주장하는 것은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한 민심이 크게 나빠졌음을 보여준다.
전날에는 인질 가족들과 그 지지자들이 텔아비브의 한 고속도로 일부를 점거하는 시위까지 벌였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1천100여명을 살해하고 약 250명을 납치했는데 현재 가자지구에 인질이 132명가량 남은 것으로 이스라엘군은 파악한다.
AFP는 가자지구에 있는 인질 중 최소 27명은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국제사회와 국내 여론의 휴전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자지구를 맹폭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가자지구 전쟁을 저강도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가자지구 남부를 중심으로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강도높은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AFP는 20일 가자지구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고 특히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서 총격과 공습, 포격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집트 국경과 가까운 라파에서는 민간 차량을 겨냥한 공습으로 최소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최소 165명이 숨지면서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의 총사망자가 최소 2만4천927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망자의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칸유니스에서 인질이 억류됐던 지하터널을 발견했다며 이 지하터널의 내부 사진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브리핑에서 "우리가 확보한 정보에 따르면 이 터널에서 인질 약 20명이 다른 시기에 억류됐었다"며 "햇빛이 없고 산소도 거의 없는 데다 심한 습기로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지하터널에서는 5세 어린이 인질의 그림들도 발견됐다고 하가리 소장이 전했다.
아울러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인근 자이툰 지역을 수색하다가 다수의 로켓 제조시설을 파괴하고 로켓 발사대, 폭발 장치, 화학품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날 발견된 시설들은 미사일 800개를 생산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하마스는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독자적으로 통치한 뒤 이스라엘 남부로 로켓을 발사해왔는데 대부분의 로켓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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