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소탕·인질구출 동시엔 불가능…" 이스라엘 軍도 딜레마

입력 2024-01-21 17:53  

"하마스 소탕·인질구출 동시엔 불가능…" 이스라엘 軍도 딜레마
일부 지휘관들 "전투 장기화시 인질 죽을 것…외교 해법만이 방법"
팔 점령 속도 느려지는데도 네타냐후는 "여전히 둘다 가능"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을 통해 하마스 소탕과 인질 석방을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군 지휘부 내부에서도 "이 두 가지 목표는 양립될 수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100일 넘는 전쟁에서 만족할만한 군사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자 군 최고 수뇌부에서도 하마스 제거와 인질 석방이라는 전시 목표의 단기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점령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자 일부 지휘관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전시 내각의 전략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으며, 인질 석방은 군사적 수단이 아니라 외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익명 보도를 전제로 NYT와 접촉한 장군 4명은 하마스 소탕과 인질 석방이라는 두 가지 목표는 현재 상황에서 양립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마스 완전 해체를 위한 전투가 장기화할 경우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측 인질들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마스는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침투해 약 240여명을 납치했고, 이 중 100여명은 협상을 통해 11월에 풀려났으나 나머지 130여명은 가자지구에 남아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소행으로 보이는 공격으로 레바논에서 하마스 전체 서열 3위 인사가 사망하자 추가 인질 협상을 중단한 상태다.
장군들은 이스라엘에 수감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과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을 교환하는 등의 외교적 합의가 인질 석방을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전후 가자지구 통치 방식을 정하지 않은 네타냐후 총리의 모호한 태도가 전장의 군인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 없이는 가자지구 점령과 관련한 단기적 전술도 결정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이미 가자지구 처리 방안을 두고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이자 현재 전시내각 각료인 가디 아이젠코트 크세네트(의회) 의원은 지난 18일 "군사작전을 통해 인질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며 정부 내부의 균열을 드러냈다.
내각이 분열된 가운데 인질 가족 등도 "정부의 인질 석방 노력이 미흡하다"면서 연일 고강도 규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NYT가 검토한 군 문서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당초 작년 12월까지 가자지구의 3대 도시인 가자시티와 칸유니스, 라파에서 '작전통제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군은 1월 중순까지도 가자 최남단 도시인 라파로 진격하지 못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달 초 가자 북부에서 하마스 해체를 완료하고 북부에 주둔하던 병력 5만명 중 절반을 철수시켰으나, 북부의 하마스는 지난주 이스라엘 영공에 로켓 25발을 쏘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또 이스라엘이 최우선 제거 목표로 삼은 하마스의 야히야 신와르, 모하마드 데이프, 마르완 이사 등 최고 지도자들도 여전히 살아있다.
하마스의 군사 거점인 지하터널의 파괴도 쉽지 않다. 이스라엘은 좌우 길이가 25마일(40㎞)에 불과한 가자지구 땅 아래에 건설된 터널의 길이는 450마일(724㎞)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터널이 너무 길고 부비트랩으로 방어되어 있어 터널 탐지와 파괴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안보전문가 안드레아스 크리그 교수는 "전쟁이 교착상태여서 인질을 석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며 "만약 군이 인질을 구하러 하마스의 지하터널로 들어간다면 인질은 부비트랩으로 총격전으로 죽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은 하마스 소탕과 인질 석방은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내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사회로부터도 휴전 압박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8일에도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전쟁을 중단하는 것은 약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며 휴전 의견을 일축했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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