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만 도발 수준에 기초해 대응 행동 취할 것"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미국 의회 주요 의원들이 조만간 대만을 방문해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을 만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과 라이 당선인 간 접촉에 대해 "새로울 것 없는 도발"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중국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22일 자국 내 분석가들을 인용해 "미국 정치인들의 섬(대만) 방문에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것은 여전히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하는 도발적 행동"이라며 "중국은 미국과 대만 당국이 만드는 도발의 수준에 기초해 대응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 소위원장인 민주당 아미 베라 의원, 의회 대만 코커스의 공동의장인 공화당 앤디 바 의원과 마리오 디애즈발라트 의원이 이번 주 대만을 방문, 라이 당선인을 면담할 예정이다. 이어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매파 마이크 갤러거 의원도 대만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미국 정가의 라이 당선인 접촉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의 '암묵적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한 뒤 중국의 요구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면서도 대만과 비공식 관계는 유지해왔고,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국내법상 대만 지원 근거도 만들었다.
미국 백악관은 대만 총통 선거 직후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 등 전직 고위급 사절단을 대만에 보내기도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만 정치를 계속 조종할 것이지만, 미국은 제약 상태기도 하다"며 "특히 미국 대선이 있는 해에 우크라이나 위기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충돌을 처리하느라 바쁜데 너무 도발적인 행동은 (대만) 상황 통제력 상실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은 대만해협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모든 종류의 도발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자기 방식대로 단계별 통일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관영매체의 반응은 지난 15일 백악관 파견 사절단이 라이 당선인을 만난 뒤 중국 외교부가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과는 다소 온도 차를 보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대만의 교류 확대를 수용할 수는 없지만, '도발 수준'을 봐가면서 대응에 나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일 수 있어서다.
중국은 대만 대선 선거운동 기간을 전후해 라이 당선인을 겨냥해 "대만 독립은 전쟁", "죽음의 길" 등을 거론하며 위협해왔지만, 대선이 라이 당선인의 승리로 끝난 뒤로는 '평화통일'이 기본 입장임을 거듭 강조하며 분위기 관리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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