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서 회의론 부상…"몇달 내 돈줄 고갈 우려"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러시아와 장기전을 치르는 우크라이나가 해외 원조를 받지 못하면 올해 예산이 400억 달러(약 53조 원) 부족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제학자들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자금 고갈을 겪을 전망이며 미국이나 유럽의 지원 없이는 이를 타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체적으로는 올해에만 400억 달러 이상 예산 부족이 우려된다.
이 가운데 300억 달러(약 40조 원)는 미국과 유럽이 지원을 지속할 경우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정부 운영, 급여나 연금 및 보조금 지급에 주로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올해도 해외에서 이전과 같은 수준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평화 협상 없이 길어지면서 서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의견이 커지고 있어서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614억 달러·약 82조원) 군사 지원 등을 패키지로 묶은 1천50억 달러(약 140조 원) 규모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공화당 측 반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2024∼2027년 우크라이나에 총 500억 유로(약 72조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친러 노선의 헝가리가 반대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간 미국과 유럽은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재정 지원의 70%를 담당해왔다.
일부 정치 지도자들은 이 같은 지원안이 언젠가는 통과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지금 우크라이나에 중요한 것은 지원 시점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횡재세 도입, 세수 재분배 등 우크라이나 정부가 계획 중인 긴급 조치에 이어 추가 조치까지 단행해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재무부 차관 올가 지코바는 "이러한 조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추가 자금 지원과 관련해 "모든 파트너가 긴박감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투자은행 드래곤 캐피털 소속 수석 이코노미스트 올레나 빌란은 "우크라이나보다 더 크고 또 더 많은 인력을 보유한 국가와 싸우는 건 매우 힘든 일"이라며 "연금과 월급 지급에도 예산이 부족하면 군수품 살 돈은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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