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전쟁 지지 금지 등 조건으로 러·벨라루스 선수 참가 승인
우크라, 러 태권도 대표 블라디슬라프 라린 등 3명 문제제기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개인 중립 자격'으로 올해 파리 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진 러시아 선수 일부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이 이의를 제기했다고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선수 200여명은 이달 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토니 에스탕게 파리올림픽조직위원장 등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러시아 선수 중 최소 3명이 중립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침공 조력국 벨라루스 선수의 파리 올림픽 출전 기준을 확정했다.
두 나라 선수는 '개인 중립선수'로만 출전이 가능하고, 자국의 군사 활동과 관련이 없어야 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해서도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대회에선 단체전 출전이나 자국 국기 사용, 국가 연주 등이 금지된다.
IOC는 지난해 12월 기준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러시아 선수는 8명, 벨라루스 선수는 3명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그러나 "이들 가운데 최소 3명은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에서 알 수 있듯 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며 중립성 위배 문제를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태권도 대표인 블라디슬라프 라린이다. 라린은 3년 전 일본 도쿄올림픽 남자 80㎏ 초과 체급에서 금메달을 딴 러시아 대표 선수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라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군인들을 위한 기금 모금에 개인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라린은 지난해 8월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동원된 이들을 지지하고 단결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스포츠계는 라린 외에 러시아 레슬링 선수 자우르벡 시다코프와 자우르 우게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두 사람도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우크라이나 측은 두 사람이 2022년 3월 18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림반도 합병 8주년 축하 콘서트에 참석한 점을 문제 삼았다.
시다코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여러 SNS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리베라시옹은 이들 외에 출전권 획득을 눈앞에 둔 여러 선수가 이런 식으로 '중립성' 시비에 휘말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리베라시옹은 특히 IOC가 언급한 '적극적'이란 표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중립 여부가 갈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IOC 측은 리베라시옹에 "향후 독립적인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각 선수가 우리의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확인 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IOC의 '개인 중립선수' 출전 승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의 반발을 사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앞서 엑스에 글을 올려 "IOC가 본질적으로 러시아에 올림픽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청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러시아는 자국과 벨라루스 선수 모두를 선전전에 무기로 투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역으로 "민족 차별"이라며 IOC 결정을 맹비난했다. 러시아 수영 스타 예브게니 릴로프 등은 항의의 뜻으로 파리올림픽 참가 거부 선언을 하기도 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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