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성향 민진당 재집권 '대응 조치' 해석…'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 중단도 거론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재집권한 것을 계기로 경제·무역 보복에 돌입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23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의 국정 자문 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기관지 인민정협보는 최근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빈랑(열대 과일)과 갈치 등 대만산 농수산물 34종에 부여하던 무관세 특혜가 중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민정협보는 그러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자유무역협정인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과 대만은 2010년 체결된 ECFA에 따라 2013년 1월부터 대만산 267개, 중국산 539개 품목을 '조기 자유화'(일명 조기 수확<早收>) 품목으로 지정, 관세감면·무관세 혜택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올해 1월 1일부터 대만산 화학제품 12개 품목에 대해 ECFA에 따라 적용하던 관세 감면을 중단하고 현행 규정에 따른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또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대만 총통 선거를 나흘 앞뒀던 지난 9일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련의 이같은 흐름은 중국이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의 취임식(5월 20일)을 앞두고 대만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조치로 해석된다.
탕융훙 샤먼대 대만연구센터 부주임은 이와 관련해 '자식기과'(自食其果·자기가 저지른 죄악의 결과를 자기가 받는다는 의미)라는 사자성어를 동원해 민진당을 비난했다.
탕 부주임은 "경제·무역 문제는 양안의 협상을 통해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민진당 당국은 대만 독립 입장을 고수하고 92공식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양안 협상의 기초와 ECFA 유지 조건을 훼손했다"며 "이것은 문제의 적절한 해결을 어렵게 하고 대만 동포들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92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이 이룬 공통 인식을 일컫는 것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는 것이 골자다. 친중 국민당은 이를 수용하는 입장이나 민진당은 거부하고 있다.
성주위안 상하이교통대 대만연구센터 주임도 "양안이 92공식의 기초 아래 협상을 재개하지 못한다면 중국의 해당 부서는 기업의 합법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농수산물, 기계류 등에 대한 관세 감면 중단을 확대할 것이고 ECFA 종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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